출산 및 산후조리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1월 05일(금) 15:57

윤연화

“산부인과를 24시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진의료원 건물 정면에 쓰인 간판이다. 산부인과가 흔치 않은 지역에서‘산부인과 24시간 운영'은 인근 주변 산모들에게 무척이나 고맙고 힘이 되는 정책이다. 강진의료원에 산부인과가 개설되기 전에는 아이를 낳기 위해 1~2시간 걸리는 인근 도시로 원정출산을 해야 했다. 이동시간이 멀어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아찔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강진에 산부인과가 들어서게 됐다. 지금은 강진뿐만 아니라 장흥·완도·해남 등 인근 지역의 ‘출산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도 0.92명보다 크게 하락했다. 여성 한명이 평생동안 1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구급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 및 산후조리 일체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출산과 양육 비용 등 크고 작은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예비부모들의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도록 출산과 산후조리 만큼은 국가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필자는 전남도의 인구정책 총괄책임자로 다양한 인구정책을 추진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출산 및 산후조리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바이다. 먼저, 분만 취약지역에 거점형 공공의료 산부인과 설치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매년 신생아 분만이 없는 ‘무늬만 산부인과'가 전국적으로 1천개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전남의 경우는 더 심각해 지난해 분만을 중단한 산부인과가 18개소에 이르고, 분만기관은 12개소에 불과하다. 산부인과나 분만시설이 감소하는 것은 저출산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다. 국가가 나서서 분만취약지역에 거점형 공공의료 산부인과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둘째, 민간 산후조리원까지 이용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전남도는 농어촌지역 산모들의 체계적인 산후조리를 위해 도 단위에서는 최초로 권역별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는 열악한 출산환경 개선을 위해 매년 공공산후조리원 인건비와 프로그램비를 지원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과 둘째아 이상 가정에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의 70%까지 감면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지원 없이 지방비로만 운영하는 탓에 서비스 수요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들이 이용비용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지역별 편차 없는 보편적 산후조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물론 민간 산후조리원까지 영역을 확대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모든 출산가정으로 산후조리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출산가정에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산모의 산후회복과 신생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의 경우 2018년 전체 산모의 30%인 3천400여명이, 지난해에는 전체 산모 중 41%인 4천100여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현재 정부는 일정 소득 기준 가정을 대상으로 둘째 아부터 서비스 이용료의 65%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건강관리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의 산모들은 소득제한 없이 모든 가정으로 서비스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를 반영해 내년도 신규시책으로 모든 출산가정으로 서비스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의 성격으로 볼 때 국가가 책임지고 모든 출산가정으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인구 절벽으로 치닫고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는 지금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산과 산후조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출산·산후조리 국가책임제 도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 전남도에서는 출산 및 산후조리 국가책임제를 내년도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시행계획에 포함하고,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과 연계해 지방 활력증진시책으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이의 출산과 양육은 사회적 가족의 돌봄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