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표품목 육성하고 보급종 공급 확대하자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1월 12일(금) 15:22

곽홍길

우리 국민들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2020년 57.7㎏)은 매년 감소하고,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먹자’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쌀 품종의 브랜드화는 미래 쌀 산업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맛있는 밥에 대한 지역적·개인적 취향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구수하면서 입에 넣으면 침이 고이고 단맛이 더해지며, 단단하거나 무르지 않고 적당히 씹히는 밥맛을 좋아한다.

밥맛이 다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쌀의 품종은 밥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고시히카리’, ‘하이야미’, ‘신동진’, ‘영호진미’ 등은 소비자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맛있는 밥맛으로 인정되는 품종들이다. 경기도의 ‘추청’, 강원도의 ‘오대’, 충남도의 ‘삼광’, 전북도의 ‘신동진’ 등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의 이름이다. 그런데 전남은 언뜻 떠오르는 품종이 없다.

전남은 전국 최대 벼 재배(2021년 15만5435㏊) 지역으로 2000년 이후 ‘호품’, ‘일미’, ‘새누리’, ‘황금누리’, ‘새일미’ 등을 많이 재배했지만 현재는 ‘새일미’ 만이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남 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지역 대표 품종을 육성해 이를 확대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먼저, 전남을 대표할 수 있는 우수 신품종을 육성해야 한다.

전남도는 지난 6월 8일 ‘쌀 종자주권 독립’을 선언하면서 히또메보레 등 외래품종을 감축하고 전남을 대표할 품종을 육성해 국산품종의 종자주권 시대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에 따라 전남농업기술원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우수 신품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육성한 신품종 ‘새청무’는 전남지역에 재배 적응성이 우수하고 기후변화 등에 강해 농업인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또 밥맛도 우수해 단일품종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벼 쓰러짐에 약한 ‘신동진’을 대체할 품종으로 육성돼, 현재 신품종 보호 출원 중인 ‘강대찬’은 재배 안정성은 물론 신동진과 비슷하게 밥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로 차기 전남 대표품종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전남도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우수한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자체 육성해 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희소성과 품질의 우수성으로 쌀 산업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다음으로 품종 순도가 높은 정부보급종을 확대 공급해 육성 신품종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쌀은 품종에 따라 크기와 단백질 함량 등이 달라서 밥을 지을 때 익는 정도가 전부 다르다. 혼합미의 경우 단일품종의 쌀보다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단일품종의 쌀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균일한 미질과 밥맛이 향상될 수 있다.

국립종자원은 단일품종의 순도와 발아율이 높은 벼 정부보급종을 농민에게 공급한다. 단일품종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종자생산 포장을 집단화하고 종자생산 이력을 관리하는 등 보급종을 파종부터 공급할 때까지 생산단계별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다.

새로 육성된 품종이 보급종으로 농민에게 공급되는데 3년이 소요된다. 이는 ‘원원종-원종-보급종’의 3단계 증식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품종인 새청무는 전남의 대표품종으로 조기 정착 요구와 품종 순도가 높은 종자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립종자원이 적극행정을 추진해 보급종으로 2년 만에 조기 생산했다. 증식과정에서 원종단계를 일시적으로 생략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3월 처음으로 새청무 보급종을 668t 공급하고, 내년에는 전남 종자 소요량의 32%인 2500t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품종보호 출원 심사 중인 신품종 강대찬도 조기에 보급종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우수품종을 보급종으로 조기·확대 공급해 전남 쌀 품질 향상에 지속적으로 이바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배농가가 쌀 단백질 함량을 낮추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우수한 품질의 쌀은 단백질 함량이 6.0%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수한 품종의 쌀도 재배과정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 찰기, 투명도, 구수한 냄새, 밥 지은 후 굳어지는 속도 등에 큰 영향을 미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벼 재배농가는 많은 수확을 목적으로 질소질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관행농법을 탈피하고,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적정량의 질소질 비료를 사용해 쌀 단백질 함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남 쌀 산업은 지역 특성에 맞는 신품종 육성, 품종의 순도가 높은 보급종 사용, 질소질 비료 적량 사용으로 고품질 쌀 생산 등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향후 맛있는 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쌀이 전남의 대표품종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