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와 시니어의 역할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2월 02일(목) 22:06

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광주전남지역본부장

“어르신~~~?”. “내이름은 어르신이 아녀. 형님이라 불러~!” 화를 내신다. 60대 후반의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분의 말씀이다.

의료수준이 낮을 때는 환갑과 칠순잔치로 장수를 축복하였다. 돼지까지 잡는 경사스러운 마을잔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칠순잔치도 조촐하게 그친다. 과거 노인세대는 허리굽고 지팡이 짚은 모습이었으나, 현 노인세대는 외양만으로는 장년 정도이다. 한데 70세도 안된 분께 ‘어르신'이라 호칭했으니 타박은 당연지사다.

2020년 우리나라 만65세 이상은 812만명이었으나 5년후인 2025년에는 1천만명이 예상된다. 광주시는 올해 만60세 이상 포함 21%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전남도는 그보다 심각해 만60세 이상 인구는 32.1% 이다. 심각한 수준이며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대비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국가 평균의 3배이며, 인구 10만명당 노인자살율은 2019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평균 18.8명보다 높다. 이는 건강과 경제문제, 고독과 소외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노인일자리는 ‘노년4苦' 로 지칭되는 ‘病, 貧, 孤獨, 無爲'를 해결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일자리를 통해 건강과 소득보장, 소통하며 고독과 무위 해소로 ‘일자리는 곧 최고의 복지' 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2.5만 자리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시작하여 2021년 80만 자리까지 확대하였다. 노인일자리수가 급격하게 늘다 보니 일각에서는 ‘고용지표 왜곡', ‘생색내기'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책목표는 명확하다.

70대 노인에게는 노년4고 해소에 집중하고, 60대 베이비부머에게는 퇴직전 경륜을 살려 사회와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전후 산업화세대인 베이비부머는 기존 노인세대와는 달리 건강한 신체와 학력, 전문성을 겸비한 세대다. 사무실에도 공직유관 경험 있는 시니어 컨설턴트들이 계시는데, 지난 시절 업무경험으로 쌓은 네트워크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겸손함은 기본이고, 인터넷 활용, 컴퓨터 문서능력, 스마트워치 착용과 영상편집 등 디지털기기 활용도 독보적이다.

우리 본부에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대면 디지털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노인일자리 모델을 위해, 공공기관들과 협업으로 베이비부머에 적합한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공단과 승강기내 안전사고 발생시 긴급대처가 가능하도록 스마트폰 앱을 통한 GPS기반 위치정보 수집을, 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는 어린이 등의 유해전자파 검출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TBN교통방송·국악방송과는 모니터링을 통해 공영방송의 품질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협업하여 전통시장내 상가를 촬영하여 유투브에 홍보해주는 ‘시니어 전통시장 서포터즈'도 있으며, 가스안전공사와는 LP가스 가구의 가스안전점검 사업을 통해 가스누수를 사전 감지·조치하는 등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로나 비대면 디지털 환경과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이제 시니어가 중요한 대안이다. 과거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된 것도 생산인구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며, 우리나라의 현실은 특히 그렇다. 전통적인 복지관점에서 노인이 보호의 대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맞이할 능동적인 시니어의 역할을 기대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