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앞서서 살펴야 할 것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2월 24일(금) 15:11

지난 21일 영암군의회 의장실에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의 조기 정착과 우수인재 인사교류를 통한 양 기관 간 상생 발전을 위한 인사운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방의회 인사권이 내년 1월 13일자로 독립된다. 그동안 지자체 단체장이 행하던 직원 인사권을 의회 의장이 갖게 되는 것이다. 지방의회 직원의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9월 28일이다.

영암군의회와 영암군은 지난 21일 영암군의회 의장실에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의 조기 정착과 우수인재 인사교류를 통한 양 기관 간 상생 발전을 위한 인사운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은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업무협약은 각자의 인사권 업무를 마찰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준비작업인 셈이다.

1991년 6월 20일 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30년만에 갖는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자율적 인사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의회 독자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균형 잡힌 보직관리와 교육훈련 등 각 부문의 제도적 기반을 갖춰 집행부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지방의원의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보좌관이다. 의원 정수의 절반까지 뽑을 수 있는데 의정활동 지원이 주목적이다. 전문인력의 충원은 조례 제정, 의원 업무 보좌 등 지방의회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자는 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돼도 그 대상이 지금처럼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라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며 설사 별도의 채용과 전보 등이 가능하다 손 치더라도 현실적으로 인력운용이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독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기만 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인사권을 무기로 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몇 지자체 지방의원들이 야기했던 비위와 갑질 문제를 우리는 목격한 바가 있었으니깐. 그렇게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상쇄할 강력한 윤리 강령 도입과 실천을 제도화할 장치 마련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우수 인력의 유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지자체에서 집행부 직원들을 상대로 의회 근무 지원자를 조사했으나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고 한다. 영암군의회와 같은 기초의회의 경우 조직규모가 적어 승진이 어려운 까닭에, 인사적체에 대한 부담으로 지원을 꺼린다고 한다. 전국 대부분의 기초의회가 겪는 비슷한 고충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와의 적극적인 인사교류 협력으로 불안한 인사제도 기반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인사계획을 완비해야 할 것이다. 시행이 얼마남지 않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