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금 전산조작’ NH농협은행 직원들, 솜방망이 문책 ‘논란’

주철현 의원, “업무상 횡령 저지른 직원들에게 엉뚱한 은행법 적용”
“금감원·금융위, 은행 측 말만 믿고 과태료 부과 조치안 의결” 비판
“형법상 횡령 건에 고발·수사의뢰 등 별도 조치 없이 자체 징계 처리”
“담뱃불로 불낸 사람, 방화범죄 아닌 꽁초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한 격”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2월 18일(금) 13:05

NH농협은행이 ‘업무상 횡령’을 저지른 직원들에게 형법이 아닌 엉뚱하게 은행법을 적용해 자체 징계에 그치며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최고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조차 NH농협은행의 말만 믿고 ‘과태료’ 처분으로 의결해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NH농협은행은 이제라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통해 응당한 책임을 묻고, 금융위원회 역시 황당한 의결 절차가 진행된 과정을 점검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NH농협은행 감사부는 2017년부터 1년간 감사를 통해 농협은행 8개 지점의 직원 9명이 본인의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거나, 주식투자·외환거래 차익 실현을 위해 실제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단말기를 이용, 출금(무자원 선입금 거래)해 사용하고 이를 다시 정리하는 방식으로 전산을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NH농협은행은 적발된 직원들의 행위가 은행법 제34조의2(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주의촉구에서 징계해직 등 자체 징계에 그치고,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2018년 말 NH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확인했으나, NH농협은행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은행법 제69조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건을 마련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감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안을 원안대로 의결한 것이다.

주철현 의원은 “문제는 농협은행 직원들의 행위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횡령(형법 제356조)에 해당함이 명백함에도 NH농협은행이 대법원 판례까지 무시하며 엉뚱한 은행법을 적용해 자체 징계라는 솜방망이 문책에 그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NH농협은행 직원 9명은 신용카드 대금 결제 등 총 112건에 3억8633만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이 직원들에게 적용한 은행법 제34조의2의 적용에 관해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은행상품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급함으로써 은행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거나 은행이용자의 부당한 거래를 지원하는 행위와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은행의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고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주철현 의원실에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 감사부는 “직원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 후 같은 날 반환했는데, 이는 사용 당시부터 은행의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제거할 의사가 없이 사용한 것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철현 의원은 “업무상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변명”이라며, 업무상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관련 대법원 판례(2010도9871)까지 제시하며 이를 비판했다.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하여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업무상 횡령죄는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시되었을 때 성립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 의원은 “심지어 NH농협 직원들의 행위는 업무상 횡령뿐만 아니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사전자 기록 위·변작죄(형법 제232조의2)’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32조의2(사전자기록위작·변작)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 의원은 “이처럼 NH농협은행 직원들이 형법이 규정한 2가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농협은행이 이들에게 엉뚱한 법규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최고 감독기구인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조차 농협은행의 말만 그대로 믿고 형사처벌 대상 여부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NH농협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담배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킨 사람을 방화죄로 처벌하지 않고, 꽁초를 무단 투기했다고 과태료만 부과한 격”이라고 비난의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NH농협은행은 이제라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통해 응당한 책임을 묻고, 금융위원회 역시 이처럼 황당한 의결 절차가 진행된 과정을 점검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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