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기관에 ‘빛’나는 기찬밥상…내부에선 ‘빚’찬 밥상?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9월 24일(화) 16:37

영암군의 노인 일자리 사업 ‘기찬밥상’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상 소식 뒤에는 적자 운영과 지역 상권과의 갈등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더욱이 지역 의원들조차 이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기찬밥상’의 겉모습과 속사정 사이의 간극, 그 실체를 살펴보았다.

영암군은 지난 23일 보건복지부 주관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시장형 부문’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했다. 군 관계자는 “국비 1억 4,500만 원을 투입해 올해 1월 개설한 ‘기찬밥상’이 하루 평균 150명의 손님이 찾는 인기 음식점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기찬밥상’의 실제 운영 상황은 군의 발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암군 관계자와의 7월 첫 취재에서부터 이번 9월 추가 취재까지, 수개월에 걸쳐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며,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7월 첫 취재 때와 동일한 답변으로, 식재료 가격 상승과 운영비 증가로 인한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으며, 도시락 사업을 통해 부족한 수익을 보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영암군의회 의원들조차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군정질문에서 한 의원은 기찬밥상의 성공을 전제로 삼호읍에 2호점 개설을 제안했다. 이는 외부에서 인식하는 ‘기찬밥상’의 이미지와 실제 운영 상황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군 관계자는 “이번 최우수기관 선정이 실제 운영 성과보다는 국비 공모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에 대한 평가”라며 “상을 받은 것은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찬밥상’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 측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당초 20명의 고용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7명만이 근무 중이며, 이들의 급여도 월 30만 원에서 180만 원 사이로 편차가 크다.


더불어 이 사업은 지역 상권과의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주변 식당들은 ‘기찬밥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영암군에 해명을 요구하자, 군 관계자는 “로컬 푸드 활용 등을 통한 상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역 식당들의 우려와는 동떨어진 답변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수와 지역 식당 운영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런 갈등이 드러났다. 본지 제보에 따르면, 식당 운영자들이 매출 감소 문제를 제기하자 군수는 “기찬밥상이 왜 잘 되는지 생각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역 상권의 우려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례는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와 실제 운영의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의 평가 시스템이 실제 운영 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향후 ‘기찬밥상’은 3년의 의무 운영 기간 동안 계속 운영될 예정이지만,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실성이 없다. 영암군의 노인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운영 모델과 평가 시스템의 개선,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의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 정책의 성공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닌, 실질적인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있다. ‘기찬밥상’ 사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정부의 평가 시스템은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앞으로 이러한 사업들이 진정한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소통하며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찬밥상’과 같은 사업들이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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