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향우 지원 조례 개정안 제동…군의회 ‘보류’ 결정

군민의날 향우 기념품·식사 제공 근거 마련 시도 무산
“바뀌는 군수마다 해왔다” vs “법 위반, 근거 필요해”
우 군수 벌금 전과에 신중모드, 의회는 정치적 견제구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10월 22일(화) 21:49

영암군이 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향우들을 위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 했으나 의회의 제동이 걸렸다. 최근 각종 주민 지원행위에 대한 선거법 저촉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자체의 주민 지원과 선거법 간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에 다시 한번 난항이 예고됐다.

지난 17일 열린 제311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제1차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영암군 군민의 날 및 읍·면민의 날에 관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보류됐다.

개정안은 읍·면 행사 주관단체를 기존 ‘읍·면 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등’에서 ‘읍·면 주민자치회 등’으로 변경하고, 초청된 향우들에게 특산품과 기념품, 식사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은 2025년 1월 1일부터 예정됐다.

현재도 군수나 의회가 외부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고, 향우들에게도 식사 등이 관행적으로 제공돼 왔다고 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의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은 “지금까지 군수가 6번 바뀌는 동안 문제없이 해왔는데 왜 갑자기 조례를 개정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예산 활용 등 대안을 제시하며 개정 필요성에도 의문을 던졌다.

양은숙 영암군 자치행정과장은 “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정선희 의원은 “의원들이 설득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영암군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12조에 따라 조례에 근거만 있다면 향우 지원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를 기부행위 제한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제87조는 향우회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103조는 선거기간 중 향우회 모임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지원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9월 안동시장은 ‘탈춤축제’와 ‘달그림자 여행’ 행사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구미시는 라면축제 행사에서 선거법 저촉을 우려해 셔틀버스를 유료로 운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원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실제 어버이날을 맞아 지역주민 5천여 명에게 수건을 배포한 옹진군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무료이용권에 단체장 직명을 표기해 제공한 65개 지자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우승희 군수는 2022년 지방선거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운동으로 기소돼 1심과 2심 모두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임기의 절반을 송사에 매달리며 벌금 100만 원 이상이면 직을 상실하는 중대 기로에 섰던 우 군수로서는 이러한 법적 공방이 가져온 정치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영암군의 잇따른 조례 제·개정 움직임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정 행위들에 대해 사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무료버스 운행이나 향우들에 대한 식사·기념품 제공과 같이 주민 편의를 위한 행정 행위들이 자칫 선거법 위반으로 비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군의회가 영암군 향우 지원 조례 개정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조례 개정안 보류의 배경에 대해 이미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원을 굳이 조례화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 의문과 향우회만 특별 지원할 경우 다른 주민단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우승희 군수에 대한 향우회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의회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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