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영암 농식품유통센터…‘기찬장터의 실패’ 되풀이되나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12월 03일(화) 21:03

“쌀 하나만 취급하는 통합RPC도 적자인데, 다품종 농산물을 취급하는 유통센터가 과연 수익을 낼 수 있겠습니까?”

지난달 27일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 강찬원 위원장이 던진 질문은 2025년 6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영암농식품유통센터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8-9개 농협이 통합운영하는 영암군 통합RPC는 현재 지역 쌀 유통량의 55% 정도만 처리하며 적자운영 중이다. 강 위원장은 “개인 RPC들은 나락값이 싸든 비싸든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데, 군이 지원하는 통합RPC는 무조건 적자”라며 공공부문 운영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남연구원은 농식품유통센터 운영시 5년간 5억 1,500만 원(연평균 1억 300만 원)의 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단일품목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다. 소량 다품종 농산물을 취급하는 유통센터의 경우 물류비용과 인건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농식품유통센터의 시범사업 격인 ‘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의 상황이다. 연간 6천만 원의 운영비로 소농·고령농의 농산물을 수집·판매한다는 이 사업은 지난 10월 첫 공고 이후 적정 운영자를 찾지 못해 11월 25일 재공고된 상태다.

사업 구조도 복잡하다. 현재 영암군은 삼호읍에 로컬푸드복합센터를 건립 중이고, 신북면에는 기존 로컬푸드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농식품유통센터는 이들과 ‘연계’한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지만, 각 사업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나 협력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연구원 자료 하나 갖다 놓고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데, 정작 영암군민과 농민을 위한 소신은 안 보인다”는 강찬원 위원장의 지적처럼,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2010년 개장한 기찬장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당시 19억 8천만 원을 들여 건립한 기찬장터는 군 직영에서 판촉단 위탁을 거쳐 결국 농협 운영 식당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영암군은 2025년 본예산에 7억 원의 운영비를 편성했다. 박영배 의원은 “경험도 없는데 처음부터 과다 요구하지 말고 3억 정도로 시작해 추경에서 증액하는 게 맞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 농업유통 전문가는 “공공부문이 농산물 유통에서 성공하려면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성의 균형이 필수”라며 “먼저 시범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고, 기존 시설과의 연계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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