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영암-서부는 돈, 동부는 정(情)…갈라지는 삶의 풍경

2024년 영암군 사회조사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1월 10일(금) 11:56

서부는 목포행, 동부는 광주행…갈라지는 영암

영암군은 이제 단순한 도농복합도시를 넘어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지역사회로 분화되고 있다. 828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2024년 영암군 사회조사 결과는 이러한 구조적 균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부권(삼호읍 중심)과 동부권(영암읍 중심)의 차이는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서고 있다. 월소득 300만원 이상 가구 비율이 서부권 59.6%, 동부권 37.0%로 22.6%p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주거형태 역시 서부권은 아파트 비율이 57.1%인 반면 동부권은 단독주택이 82.4%를 차지한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생활권과 공동체 의식의 차이다. 서부권 주민들의 72.6%가 목포·남악을 주 생활권으로 삼는 반면, 동부권은 46.2%가 광주를 향한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차이를 넘어 사실상 별개의 생활문화권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득수준이 높은 서부권이 오히려 공동체 의식과 지역 소속감은 더 낮다는 점이다. 지역 소속감의 경우 동부권 51.9%, 서부권 38.1%로 13.8%p 차이를 보인다. 특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돕는다’는 응답이 동부권 55.9%, 서부권 32.7%로 큰 격차를 보여 전통적 농촌사회와 신흥 산업사회의 특성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서부권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호황은 또 다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는 8,221명으로 전체 인구의 13.6%를 차지하며, 이들 대부분이 서부권 산업단지 근로자들이다. 특히 외국인 중 남성(6,549명)이 여성(1,672명)의 4배에 달해 인구구조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이 보여주는 영암의 모습은 산업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농 격차를 넘어, 하나의 행정구역 안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지역사회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라지는 군민의 속내…‘가족·결혼·일자리’

영암 군민들의 가치관은 전통적 요소와 변화의 흐름이 공존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혼에 대해 ‘해야 한다’는 응답이 63.5%(전년 대비 4.0%p↑), 자녀 필요성에 대해서도 67.1%(전년 대비 1.6%p↑)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다른 모습이다.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자녀 양육비 부담’(29.7%)이 꼽혔고, 미취업 성인자녀의 경우에도 74.3%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통적 가치관과 현실적 제약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다.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역 소속감의 경우 65세 이상에서는 60.5%가 높게 느끼는 반면, 30대는 26.0%에 그쳤다. 사회 신뢰도 역시 60세 이상 51.4%, 30대 23.4%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청년층의 낮은 정주의식이다. 30대의 76.6%가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남성의 가족 생계 책임’에 대해 42.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특정 직종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도 크게 낮아졌다.

생활비와 가사분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아내와 남편이 반반씩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생활비의 경우 38.5%, 가사·돌봄의 경우 36.4%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 내 중요 의사결정의 경우 69.3%가 부부 공동 결정을 지지했다.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44.7%로 전년 대비 4.0%p 상승했으나, ‘진료 대기 및 입원 대기 시간’(17.6%)과 ‘전문 의료 인력 부족’(16.4%)은 여전히 주요 불만사항으로 지적됐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구체화되고 있다. ‘가사 서비스’(22.8%)와 ‘간병·목욕 서비스’(19.4%)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간병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선업 호황 그 이면…영암은 지금 ‘골든타임’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영암은 이제 서로 다른 두 개의 생활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영암의 모습은 산업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농격차를 넘어, 하나의 행정구역 안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지역사회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성장이 이러한 구조적 과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동부권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공동체 의식과 높은 지역 소속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향후 지역 통합과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 반면 서부권의 경제적 활력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건은 이 두 가지 강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특히 공동체 의식이 강한 동부권의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서부권으로 확산시킬 것인지, 서부권의 경제적 활력을 어떻게 동부권과 공유할 것인지가 과제다.

외국인 주민의 급증은 영암을 사실상의 다문화사회로 이끌고 있다. 베트남(1,787명), 네팔(1,233명), 우즈베키스탄(1,038명)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지역사회에 통합시킬 것인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세대간 인식 격차 해소도 시급하다. 청년층의 낮은 정주의식과 지역사회 신뢰도는 영암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영암군이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부권의 경제적 활력과 동부권의 공동체 가치가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의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애착심 제고, 외국인 주민과의 사회통합은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화의 진전이 가져온 물질적 풍요가 지역사회의 분절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장과 공동체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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