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관치로 가려는가 자치로 가려는가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1월 17일(금) 13:49

영암군이 5개 읍면에서 제1기 주민자치회를 출범했다.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치기구라고 한다. 군수는 “권력은 나눌수록 특권이 사라지고 모두의 것이 된다”며 새로운 주민자치의 시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출범 자체가 벌써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11개 읍면 중 절반 이상이 불참했다는 점이다. 특히 군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삼호읍의 불참은 상징적이다. 이유야 ‘지켜본 뒤 재검토’라고 하지만, 실상은 지역 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호읍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불참 지역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기존 지역사회 질서와도 충돌하고 있다. 문화체육행사추진위원회(문체위)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지역행사와 사업을 주관해온 문체위의 역할과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오랫동안 형성된 지역사회의 자치 질서가 새로운 제도로 인해 재편되는 상황인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예산 배분의 형평성 문제다. 군은 주민자치회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예산 차별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연계되면서 주민자치회를 통한 사업 제안이 “더 중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점을 행정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행정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행정은 “주민 스스로의 결정”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이는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주민자치로 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기존 질서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주민을 위한 자치’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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