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왕인축제서 日 왓소축제 재현 ‘성급한 행보’

도·군비 총1억 별도 투입 예정
재현 행사 관련 의견수렴 전무
축제 정체성 충돌 우려 제기돼
“글로벌화 조급증이 부른 결정”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2월 14일(금) 14:02

영암군이 2025년 왕인문화축제에서 일본 왓소축제를 재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축제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는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영암군은 지난 7일 배포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에서 일본의 왓소축제를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왕인박사의 문화 전파와 국제교류 정신을 기린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군은 왓소축제 재현을 위해 전라남도 글로벌 축제 공모사업에 선정. 도비 5천만 원과 군비 5천만 원 총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왕인문화축제 예산과는 별개로 책정된 금액이다.

그러나 예산 확보에 비해 실행계획은 구체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세부 콘텐츠는 계속 협의 중”이라며 “퍼레이드를 가장 큰 콘텐츠로 잡아놨다”고만 밝혔다. 일본 측과의 협의도 작년 묘전제 방문 당시 체결한 ‘문화교류 협약’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처럼 구체성이 결여된 계획을 수립하면서도, 군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이나 문화계와의 의견수렴 단계는 없었다”며 “27일 추진계획 설명회에서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남도가 강조하는 ‘주민 주도의 축제 기획과 운영’ 방침과도 차이를 보인다.

왓소축제는 백제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을 기념하는 일본의 축제다. 백제 문물의 전파자를 기리는 왕인문화축제에서, 도래인 환영 행사를 재현하는 것은 축제의 정체성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암군은 기존의 가오 퍼레이드와 왓소축제 재현을 별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축제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전남도 축제 평가에서 상위 등급 도약을 노린 영암군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영암 왕인문화축제는 전남도 10대 대표축제 중 ‘유망축제’로 선정된 상태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태국 송크란 축제와의 교류로 ‘우수축제’로 도약한 사례와 비교되지만, 두 축제는 성격이 다르다. 장흥 물축제는 ‘물’이라는 공통 주제를 매개로 한 교류였으나, 왓소축제는 왕인문화축제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화도 필요하지만,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암군은 이번 왕인문화축제를 9일로 확대하고 구림한옥마을까지 축제 공간을 넓히는 등 외형적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축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검토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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