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도 쏟아붓는 축제예산…‘생활인구’ 늘리기 함정

인근 군 대비 2배 규모 투입했지만 4분기 체류인구 반토막
“등록인구 1명이 체류인구 5명 몫” 통계로 드러난 정책 역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2월 21일(금) 12:37
▲ 우승희 영암군수가 지난 14일 ‘2025 혁신공감 영암읍 주민과의 대화’에서 군정을 보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우 군수는 “영암의 축제 규모가 주변 지역보다 적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인근 군 대비 두 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제 규모 작다’ 군수 발언과 달리…인근 군 대비 두 배 넘는 예산


“축제 많이 한다고 뭐라고 하는데. 영암 축제 많이 하는 곳 아니다. 이걸 합쳐도 별로 안 많다. 주변 지역보다 더 적다. 금액도 더 적게 쓴다”

지난 14일 영암읍 주민과의 대화에서 우승희 영암군수가 한 발언이다. 지난해 축제에 피로감을 호소한 여러 주민의 목소리는 물론 심지어 영암군의회 상임위에서조차도 군의원들이 이름 모를 축제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을 집행부에 지적한 사실마저도 부정하는 모양새다.

2024년 영암군 주관·주최 행사 및 축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개최된 각종 축제행사는 정책 제안 대회나 일자리 박람회를 제외하더라도 40여 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영암군은 지난해 매달 3~4번꼴로 축제행사를 연 셈이었다.


영암군이 행사와 축제에 쏟아부은 총예산은 대략 66.8억 원이었다. 앞서 언급한 정책 제안 대회나 일자리 박람회 등 순수 축제와 거리가 먼 행사들을 제외하더라도 50억 원이 넘었다.

본지에서는 주변보다 축제비용이 적다는 우 군수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영암군 인근 군 단위 지자체들의 지난 2024년 한 해 투입한 관광 예산 규모들을 담당자들에게 직접 확인했다.

인접 강진군의 경우, 지난해 축제 관련 예산은 총 38억 원이었다. 강진군의 총예산 규모는 6천억원대로 영암군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흥군의 경우, 지난해 투입한 축제 관련 예산은 총 33억 원이었다. 장흥군 역시 총예산 규모는 강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남군의 경우, 지난해 축제 관련 예산은 총 29억 원이었다. 해남군의 총예산 규모는 8천억 원대 수준이다.



체류인구 경제효과 분석해보니…주민 1명이 관광객 5명 몫


영암군 축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재정위기 속에서 올 초 전체 예산의 11%(700억가량)를 지출유보하는 내부 긴축 방침을 세웠음에도, 축제 확대 운영 기조만큼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 군수는 지난 14일 영암읍 주민과의 대화에서 “관광객 33명이 하룻밤 묵으면 주민 1명이 1년간 소비하는 것과 같은 경제효과가 있다”며 체류인구 증가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내년부터 지방교부세 산정기준에 ‘생활인구’가 반영된다는 점을 들어 체류인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 군수의 주장대로라면 주민 1인당 연간 소비액 600만 원이 관광객 33명의 1박 소비액과 동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체류인구 1명당 1박 기준 약 18만원을 소비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경우 일반적인 체류인구의 1인당 평균 카드사용액은 평균 11만 5천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 군수가 말한 18만 원가량의 소비는 관광객들이 영암군에서만 특별히 소비 지출이 매우 컸다는 결과값으로 보이는데, 이는 하루 ‘숙박’이라는 임의적 요인을 더해 숙박비를 추가 계산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통계청이 발표한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다. 영암군의 체류인구는 등록인구(약 5.2만 명)의 3.8배(약 20.1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전체 카드 사용금액의 비중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등록인구 56.8%, 체류인구 43.2% 정도로 나타났다.

언 듯 보면 체류인구의 43.2% 카드 사용금액 비중이 상당해 보이지만, 실제론 20.1만 명이 43.2%를 소비한 것이다. 반면 등록인구의 56.8% 카드 사용금액은 5.2만 명이 소비한 것이다.

이를 1인당 소비력으로 환산해 보면 등록인구 1인의 소비력이 체류인구 1인의 소비력보다 약 5.2배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지역주민이 관광객보다 소비력이 훨씬 높다는 결론이다.




대형축제 잇달아 열었지만…4분기 생활인구 ‘반토막’


영암군 홈페이지에 공개된 생활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난다. 지난해 66억 원이 넘는 축제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작 축제가 집중된 시기에 생활인구가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10~11월, 영암군은 월출산국화축제(10.26~12.8),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11.1~3), 한옥문화비엔날레(11.8~10) 등 대형 축제들을 연이어 개최했다. 하지만 생활인구는 9월 53.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0월 47.2만 명, 11월 22.6만 명, 12월 21.5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10월에서 11월 사이 24.5만 명이 급감한 것은 영암군의 축제 중심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이 영암군과 통계청이 각각 집계한 ‘영암군 생활인구’ 통계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2024년 3월의 경우 통계청은 27.4만 명으로 발표했지만, 영암군은 50.9만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통계 오류에 따른 신뢰성 문제를 넘어 의도적인 성과 부풀리기 의혹까지 제기하게 한다.

▲ 영암군 데이터포털 홈페이지에 공개된 생활인구 현황. 영암군 생활인구는 10월 47.2만 명에서 11월 22.6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대형 축제가 집중된 시기에 오히려 생활인구가 ‘반토막’ 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활인구 정책은 지역소멸위기에 대안이 되는가


그렇다면 생활인구, 정확히는 체류인구의 확대는 지역소멸위기에 대안이 될까. 답은 이미 나와있다. 특히 전남지역의 경우 구례군의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례군은 지난해 통계청의 생활인구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지역이었다.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무려 18.4배에 달해 전남에서는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구례군의 등록인구는 24,524명(’23.12)에서 24,226명(’24.12)으로 1년간 298명이 감소(-1.2%)했다. 그 전년도인 2023년의 인구 감소세도 비슷한 수준(300여명)이었다. 체류인구 비율이 영암군(4.8배)의 3.8배에 달하는 구례군 사례는 생활인구(체류인구) 증가가 지역의 실질적인 인구 증가나 경제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국에서 체류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강원도 양양군(17.4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양양군은 서핑 명소로 떠오르며 카드 사용 비중이 71.6%에 달할 정도로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정작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광지화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생활물가 인상이 지역 정주여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부세 늘리자고 뛰어든 축제경쟁…지속가능한 발전 역행


윤석열 정부에서 2025년부터 지방교부세 산정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하고, 과거 축제예산에 내렸던 페널티마저 없애면서 지자체들은 원하지 않는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모든 지자체가 축제를 확대하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체류인구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 지자체의 재정부담만 가중되고, 실질적인 교부세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영암군이 추진 중인 지역순환경제 구축이다. 대불산단과 연계한 로컬푸드 활성화, 쌀산업 경쟁력 강화 등은 일시적 방문객 유치가 아닌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암군의 순수 축제 행사 예산(대략 50억 원)은 인근 지자체 대비 15억 원가량이 더 많이 책정됐다. 이러한 예산을 조정해 지역 자생력을 위한 정책 추진이나 정주여건 개선에 투자한다면 어떨까? 교육, 의료, 일자리는 물론 각종 사회문화 인프라가 갖춰져야 늘어날 거주인구, 즉 등록인구가 체류인구보다 지역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입증됐다.

단기적 성과에 매달려 축제 확대 경쟁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인가. 축제마다 예산을 쏟아붓는 사이 정작 영암의 근간을 다지는 정주여건 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한된 재원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 결국은 전시행정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 성과에 현혹되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를 놓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자생력을 키울 것인지가 영암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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