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영암 민간인 희생 65건 심의 보류

조사 활동 기한 임박 문제도
국군·경찰 희생사건 보류 많아
사망기록 불일치 이유로 제외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3월 07일(금) 10:44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영암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87건 중 65건의 심의를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활동 종료가 불과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대규모 보류 결정이 내려지면서 지역 희생자 유족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진실화해위 제1소위원회는 영암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87건 중 22건만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나머지 65건을 보류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활동이 오는 5월 26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영암지역 희생자들의 진실규명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영암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47년 12월부터 1951년 6월까지 영암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좌익 및 좌익혐의자, 부역자 혐의 등으로 영암경찰서 및 관할지서 경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 자료에 따르면 이미 400여 명의 희생자가 진실규명을 받았지만, 아직도 300여 명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진실화해위가 2월 28일 발표한 반박자료에 따르면, 이옥남 상임위원은 65건 보류 이유에 대해 “희생 경위(가해주체, 희생시기, 장소 등)를 특정하기 어렵고, 신청인 및 참고인 진술과 기록이 일관되지 않는 등 보완사항이 필요한 사건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보완 요구 사항으로는 ‘제적등본, 족보 등 기록 불일치’, ‘희생장소 특정 불가’, ‘참고인 진술 부족’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좌익 가족’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거나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야 했다. 또한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비밀리에 처형되어 정확한 희생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기한이 오는 5월 26일로 임박한 것은 보류된 사건들의 진실규명에 더욱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류된 사건들이 재검토되어 심의에 상정되기까지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지부가 2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옥남 상임위원에 의해 전국적으로 약 345건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군·경찰에 의한 학살 사건은 331건이 보류된 반면,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은 14건만 보류되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도 보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제1소위 위원인 오동석 위원은 “합리적 기준 없이 보고서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사건을 보류한 것은 위원회 활동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건 처리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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