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 쓰고도 ‘유명무실’…영암군, 마을활동가 오히려 확대

의회 “성과 검증 후 확대 결정” 요구에도 6명→10명 증원
마을활동가-이장 역할 중복, 기존 봉사자 의욕 저하 지적
전문성 부족·예산만 늘려…‘심부름꾼’ 전락 우려 현실화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3월 07일(금) 12:49

영암군이 지난해 4천만원을 투입하고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마을활동가 제도를 오히려 확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회의 ‘성과 검증 후 확대 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원을 6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예산은 연간 1억 원 규모로 증액했기 때문이다.

영암군은 지난달 25일 군청에서 ‘2025 마을활동가 위촉식’을 열고 10명의 마을활동가를 위촉했다. 마을활동가란 마을의 문제를 주민 주도로 해결하고 공동체 활성화를 돕는 전문 인력으로, 이들은 올해 상반기 각 읍·면 마을공동체의 공모사업 지원, 맞춤형 컨설팅 제공, 사업계획서 작성 등의 활동을 맡게 된다.


의회의 지적과 행정부의 확대 결정

마을활동가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영암군의회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제9대 제312회 영암군의회 제2차 정례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고화자 위원은 “마을활동가가 의회에 상정돼서 출범할 때 굉장히 우리 동료 의원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이 역할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며 “6명으로 축소해서 의회에서 의결해 줄 때 금년 1년 해보고 어떤 방법을 찾자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고 위원은 또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에서 보셨지만, 마을활동가들의 활동 사항이 유명무실하다”며 “마을활동가들 역시 그런 데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는데 어떻게 지도하고 설계하냐”고 비판했다. 그는 “공모사업 지원이나 서류 작업이 마을활동가의 주 역할이라면, 이는 결국 행정 인력 확충의 우회적 방법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보고서는 마을활동가 제도의 성과 부족을 명확히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을활동가 6명은 지난해 11개월간 4,158만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나 이장 업무와 차별성이 없었다. 또한 기존 마을 봉사자들의 의욕 저하를 초래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예산 급증과 역할 불명확성 문제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마을활동가 제도는 오히려 확대됐다. 올해는 인원이 6명에서 10명으로 늘었고, 예산도 대폭 증가했다. 상반기 예산만 4,900만 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천만 원에 비해 2.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박영하 영암군 자치행정과장은 마을활동가 확대 배경에 대해 “마을활동가는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이끄는 촉진자”라며 “올해부터 전문성 강화, 주민 만족도 제고 등으로 마을활동가 제도 운영 방향을 새롭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컨설팅·회계·갈등 해결 실무 역량 강화 교육을 확대하고 성과 평가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역할 중복과 정체성 혼란 문제

마을활동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기존 인력 및 기관과의 역할 중복이 지적된다. 영암군은 마을활동가와 이장의 역할 중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역할 차별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을활동가는 주민 중심의 공동체 활성화와 마을 자원 조사에 집중하고, 이장은 행정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농촌 현장에서는 이러한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이장이 마을 대소사를 두루 담당하는 현실에서, 마을활동가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영암군 보도자료에서 설명하는 마을활동가의 주요 역할이다. ‘공모사업 지원’, ‘맞춤형 컨설팅 제공’, ‘사업계획서 작성 및 회계·운영 지원’ 등을 살펴보면, 이는 실질적인 마을공동체 활성화보다 공무원의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심부름꾼’ 역할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마을활동가가 정작 마을을 활성화하는 역할보다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주민 자치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관 주도의 사업 체계를 강화하는 모순적 상황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모델 필요

전문가들은 영암군과 같은 지방소멸지역에 대도시형 마을활동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구조, 지역 특성, 활동 여건, 주민 참여도 등 농촌과 도시의 차이를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에서 마을활동가가 기존 기관들과 차별화된 역할을 찾지 못한다면, 행정 예산만 소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농촌정책 전문가들은 이같이 지적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제도 도입이 오히려 마을공동체 활동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을활동가가 이장과의 역할 중복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기관과의 기능 중복으로 ▲예산 낭비 ▲업무 혼선 ▲주민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부에서는 농촌 디지털화 지원이나 전통문화 기록 및 계승 등 기존 기관이 담당하지 않는 틈새 영역을 발굴하거나, 기존 기관들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성과 검증 없는 확대, 지속가능성 의문

영암군의 마을활동가 확대 정책은 의회가 요구한 성과 검증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인원과 예산만 늘리고 기존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한다면, 4천만 원으로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제도가 1억 원을 투입해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의회 차원의 예산 심의와 성과 평가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영암군이 단순한 ‘행정 보조 인력’이 아닌 진정한 ‘마을 활성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정립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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