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제맥주 ‘줄폐업’ 속…영암군의 ‘역주행’ 투자 논란

맥주 대기업들도 관련 사업 철수…수제맥주 1세대 매장 9개 중 7개 폐업
‘성공률 0.5%’ 경고에도 조례 통과…3월 임시회서 민간위탁 동의안 처리
‘제2의 전성기 온다’ 군, 근거없는 낙관론…시음평가 부정적, 개선책 막연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3월 07일(금) 13:19
▲ 영암군에서 개발한 수제 맥주

영암군이 20억 원을 투입해 수제맥주 양조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 내 강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관련 조례는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고 대기업들까지 철수한 상황에서, 영암군 집행부는 ‘제2의 전성기’를 근거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영암군 수제맥주 양조장, 대동공장 부지에 조성

영암군은 영암읍 회문리 195-1 일원 대동공장 부지 내 창고를 리모델링해 수제맥주 양조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총 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난달 13일 영암군의회 본회의에서 「영암군 수제맥주 양조장 운영 조례안」이 통과되고 2월 27일 공포됨에 따라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전학준 지역순환경제과장은 “양조장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며, 수제맥주 제조 및 판매, 체험 프로그램 개설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탁 기간은 3년이며, 평가 후 재계약이 가능하다.


“천 군데 중 두 군데만 성공”…의회 심의서 첨예한 쟁점

지난 2월 6일 열린 제313회 임시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는 수제맥주 양조장 사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강찬원 위원장은 “천 군데에서 수제맥주 사업을 시작해 99%가 망하고 1%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성공 확률이 0.2~0.5%에 불과한 사업을 지자체에서 왜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화자 위원은 시음회에서 진행된 평가에 대해 “세 종류 중 두 종류는 마니아들이 거의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지적했으며, 정운갑 위원도 “적자가 발생할 경우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경제건설전문위원실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는 다른 조례안과 달리 수제맥주 양조장 관련 문제점이 2페이지 분량으로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원 위원장은 “망하는 게 불을 보듯 뻔한 사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 영암 대동공장


“제2의 전성기가 올 것”…근거 부족한 집행부의 낙관론

전학준 지역순환경제과장은 사업 추진 근거로 “전문가들은 수제맥주의 제2의 전성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현재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군산시와 산청군처럼 우리도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찬원 위원장은 “천 군데가 시작해서 두 군데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사례만 방문한 것은 문제”라며 “망한 곳도 방문해 분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과장은 “지역 하나로마트와 음식점에만 공급해도 적자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음회에서 나온 부정적 평가에 대한 구체적 개선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영암군이 과거 달빛축제에서 수제맥주를 무료로 제공했음에도 지역 주민들이 외면했다는 사실도 뚜렷한 대책 없이 간과되고 있다.


급격히 식어버린 수제맥주 열풍…시장 현실과의 괴리

한때 수제맥주 붐을 일으킨 ‘더부스’는 9개까지 확장했던 매장을 현재 2개로 줄였으며, 양조장마저 문을 닫았다. 오비맥주와 롯데칠성 같은 대기업들도 수제맥주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며, 상장에 성공했던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조차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해 각각 매각과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160억 원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시장은 2021년 2000억 원까지 성장했으나, 이후 급격히 침체됐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며 “현재는 하이볼이나 막걸리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본 조례 통과, 그러나 여전한 위험성

결국 의회는 수제맥주 양조장 사업의 기본 조례는 통과시키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의 위험성은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선호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 특산물과의 연계 전략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실패 시 책임 소재와 추가 예산 투입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전학준 과장은 “20억 원 이외에 추가 예산은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집행부의 낙관적 전망과 객관적 시장 분석 간의 괴리는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영암군은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314회 영암군의회 임시회에 민간위탁 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통과 시 공개 모집을 통해 수탁자를 선정하고, 양조장 리모델링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침체된 수제맥주 시장: 빠른 트렌드 변화가 몰고 온 위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4년 160억 원에서 2021년 2000억 원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후 급격히 침체됐다. 전문가들은 침체 원인으로 ▲맛보다 디자인 중심의 제품 개발 ▲너무 많은 유사 제품 출시로 인한 소비자 피로감 ▲주류 시장 트렌드의 빠른 변화를 꼽고 있다.

특히 2020년 ‘곰표맥주’의 대히트 이후 각종 브랜드와 협업한 수제맥주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맛의 차별화보다는 시각적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식었다.

현재 주류 시장에서는 하이볼과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주류 시장 트렌드의 주기는 2~3년으로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에 따라 수제맥주가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그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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