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타이틀 뒤에 숨은 부실한 방역체계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3월 21일(금) 13:09

1934년 국내 첫 구제역 발생 이후 91년간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전남의 ‘구제역 청정지역’ 타이틀은 지난 13일 영암에서 첫 확진이 나온 순간 바로 무너졌다.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영암 11곳, 무안 1곳 등 12개 농가로 확산되며 400여 마리의 한우가 살처분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축산업 중심지인 영암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비상사태가 현실이 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사태가 우연이 아닌, 안일한 방역 의식과 형식적인 방역체계가 빚어낸 ‘예견된 재앙’이라는 점이다. 전남도 스스로 “청정지역이다 보니 백신 접종이 약해지는 등 방역이 조금 소홀해졌다”고 인정한 것처럼, ‘청정지역’이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부실한 방역 실태를 직시해야 한다.

영암지역 한우의 구제역 항체 양성률이 92.3%로 전국 평균(97.3%)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축산농가의 60%가 자가접종을 하는 상황에서 규정상 필수인 공무원 입회는 유명무실했고, 백신 접종 매뉴얼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족한 공수의 인력과 예산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방역 관리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첫 발생지에서 구제역 증상이 확진 10일 전부터 있었음에도 신고가 지연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설마 발생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이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암소의 임신 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관행이 확진축의 76%가 암소인 결과로 이어진 점도 주목해야 할 문제다.

구제역은 단순히 축산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상권이 코로나19 시기를 연상케 하는 침체를 우려하게 되고, 한우 수출이 중단되며, 왕인문화축제까지 연기되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타격을 입는 모습이다. 한 번 무너진 축산업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청정지역’이었다는 과거에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형식적인 규정이 아닌 실질적인 방역 시스템 구축, 충분한 예산과 인력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의 경각심 제고가 시급하다.

전남도가 재난관리기금 3억 원을 긴급 투입하고, 영암군이 백신접종-소독-생석회 공급으로 이어지는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고, ‘구제역 청정지역’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축산농가, 그리고 지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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