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 예산으로 이장집 담벼락에 젖소 그림…주민 동의는 ‘구두’? “서명부 있다”면서도 비공개…이장 동석 자리서 사후 확인만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3월 31일(월) 10:58 |
![]() ▲ 미암면 두억1리 학평마을 이장집 담벼락 |
영암군 미암면 한 마을에서 주민 동의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벽화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을 이장 소유의 가로 20m, 세로 15m 크기의 담벼락에 젖소 그림을 그린 이 사업은 주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됐다는 민원이 제기되었다. 영암군은 주민 서명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민원 제기 이후에는 이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일부 주민들로부터 구두 동의를 확인했다는 사후 확인 절차를 내세워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라우마 주는 젖소 그림” vs “정상적 절차 거쳤다”
미암면 두억1리 학평마을 주민 이계영 씨는 지난 3월 2일 영암군 소통폰을 통해 해당 마을 이장 집 담벼락에 그려진 젖소 벽화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이 씨는 “가로 20m 세로 15m에 젖소 그림을 그려 놓아 30년 축사 악취의 트라우마가 있는 주민들의 골을 지르고 있다”며 사업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 자치행정과는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정상적으로 사업이 이루어졌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씨가 당시 회의록과 주민 서명 명부를 요청하자 영암군은 회의록만 송부했고, 서명부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 ▲ 영암군이 마을 벽화사업 관련 민원 답변으로 보내온 회의록 문자 화면. |
서명부는 없고 회의록만 있는 벽화사업
영암군이 제공한 회의록에 따르면 2024년 2월 2일 “화사하고 깨끗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벽화그리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과 “4월~8월경 진행 예정”이라는 계획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예산 배정 사실이나 벽화 위치, 그림 내용에 대한 주민 협의는 없었다고 이 씨는 주장한다.
“이장은 예산 배정 사실도 숨기고 벽화 장소도 협의하지 않은 채 도둑처럼 자신의 집에 벽화사업을 진행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서명했다는 주민들 “벽화 동의한 적 없다”
영암군은 초기에 16명의 주민이 서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씨가 마을 주민들에게 확인한 결과 벽화사업에 서명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 씨에 따르면 16명의 서명은 다른 사업인 ‘농어촌 구조 개선 사업’에 한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16명은 농어촌 구조 개선 사업 할 때 서명했지, 벽화에 대해서는 서명한 바가 없다고 한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장은 노인회장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노인회장 본인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이 씨는 전했다.
영암군 자치행정과 김영신 자치공동체팀장은 “저희가 확인했을 때 서류가 첨부돼 있었다”면서 “연명부에는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정보공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후 승인? 민원 제기 후 현장 방문해 ‘구두 확인’
민원이 제기된 후 영암군은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 한 열 몇 분 정도 계셔서 벽화 구성에 대해 알고 계시고 동의했느냐고 여쭤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이장이 호랑이처럼 무섭다. 할머니들이 왕따 당할까봐 동의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암군은 모든 공사를 구두로 승인하는 건가? 주민들을 개나 돼지 취급하는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벽화 위치와 내용도 논란
이 사업의 또 다른 논란은 벽화의 위치와 내용이다. 영암군은 벽화 위치에 대해 “마을 진출입로나 상징적인 부분에 도로변가에 벽화 작업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이장 개인의 집 담벼락에 그려졌다는 점에서 공적 예산의 사적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벽화 내용도 논란이 됐다. 이 씨는 “30년을 젖소 축사 악취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마을에 젖소 그림을 그린 것은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암군은 “이 마을이 젖소나 축산을 하기 때문에 마을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씨는 “500만 원이면 여러 곳에 나눠서 벽화를 그릴 수도 있었다. 동네 가운데 있는 오래된 벽이나 마을버스 다니는 길가에 그리면 마을이 훨씬 더 영암군 사업 목적에 맞게 발전했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개인을 위한 예산 집행, 시정돼야”
이 씨는 “국가 예산을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행한 행위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개인을 위해 집행한 예산을 환수하고 담당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 자치행정과는 “명백한 위법 사항이 있다면 조치가 가능하지만, 현행 지침상 명확히 위반해 환수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이 씨는 이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제기했으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영암군은 “향후 사업 추진 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이행될 수 있도록 마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답변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