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 “영암 구제역, 백신접종 소홀·방역 미흡이 원인” 1차 발생농장 항체양성률 12.5%, 사실상 무방비 상태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4월 11일(금) 1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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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구제역 발생의 근본 원인이 백신접종 소홀과 차단방역 미흡 때문이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13일부터 시작된 구제역은 영암 13건, 무안 1건 등 총 14건이 발생해 422마리의 소가 살처분되는 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구제역 최초 발생 농장의 항체양성률이 12.5%에 불과해 백신을 맞았어도 효과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충격적인 항체양성률, 백신 효과 거의 없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영암군 구제역 확산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농가의 백신접종 소홀과 차단방역 미흡”이라고 공식 진단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차 발생농장의 비육동 항체양성률이 12.5%에 불과했고, 3차 발생농장의 가족농장은 43.8%, 4차·5차 발생농장의 동거축은 60%대에 머물렀다. 이는 모두 방역당국이 설정한 기준치인 8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항체양성률이 80% 미만일 경우 사실상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아 구제역에 취약한 상태로 판단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1차 발생농장의 12.5%라는 항체양성률은 사실상 구제역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였던 셈이다.
지난해 기준 영암군의 소 백신 항체 양성률은 92.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으며, 기준치(80%) 미만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농가 비율도 1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3.3%)과 전남 평균(3.8%)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영암지역의 백신접종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공수의가 접종했는데도 발생”…시스템 자체에 문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문가인 공수의가 백신을 접종한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14개 농장 중 8개 농장(50두 이하 7개, 50~100두 1개)이 공수의 접종 대상 농가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개별 농가의 관리 문제를 넘어 방역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
현행 제도를 살펴보면, 50마리 이상 농가는 자가접종을, 50마리 미만은 공수의가 접종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공수의는 두당 6천 원의 접종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며, 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의 보정(움직임 제한) 여건이 좋지 않아 정확한 접종이 어렵고, 부상 위험도 높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예산과 인력 부족에서도 드러난다. 전남도가 구제역 백신접종 사업비로 확보한 예산은 28억 400만 원으로, 전남지역 공수의 120명이 46만 7000마리에 직접 투여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남지역 사육 한우가 63만 8000마리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27%)는 공수의 없이 직접 접종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수의 1명이 평균 4,000마리 가까운 소를 담당해야 하는 셈으로, 세심한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암소 백신 기피 현상도 확인…확진 소 76%가 암소
구제역 발생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암소 백신접종 기피 관행이 지목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소 54마리 중 41마리(76%)가 암소였으며, 13마리만이 수소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12개 감염 농가 중 8곳에서는 암소만 감염됐다.
이러한 통계가 나온 이유는 분명하다. 수정 후 임신 5개월 이상 지난 암소는 ‘유예축’으로 분류해 출산 후 수시 접종하는 경우가 많아 백신 공백기가 발생한다. 또한 농가들은 임신우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유산 위험이 있다는 우려로 접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백신접종으로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생기더라도 구제역 감염으로 인한 피해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수준임에도, 이러한 인식 부족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차단방역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현장 조사 결과, 기본적인 차단방역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제역 발생농장들 대부분이 출입구의 차량진입 차단장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고, 농장전용 의복이나 신발 미비, 울타리 미흡 등 다수의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외부와의 접촉 관리였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발생 농가 대부분이 방문자 출입기록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으며, 사료나 가축 운반, 수의사 진료차량 등이 농장에 출입할 때도 제대로 소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단기간에 14건으로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91년 만에 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농가의 소홀한 백신 접종 및 방역당국의 허술한 관리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방역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제역 의심축 계속 발생…완전 종식까지 갈 길 멀어
우려스러운 것은 최초 발생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구제역 의심축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30일 덕진면 한 한우농장에서는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이는 소 4마리가 발견되어 별도 정밀검사 없이 긴급 살처분됐다. 이어 4월 8일, 덕진면에서 의심축 사례(4마리)가 추가로 발생했다. 정식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의심 증상만으로 살처분이 진행된 점에서, 공식 집계(14건)보다 실제 감염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당초 5월 3일부터 6일까지로 연기했던 ‘2025 영암왕인문화축제’마저 최종 취소가 결정됐다. 방역대 해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져, 도포 방역대의 경우 3월 30일 덕진면 의심축 발생을 기준으로 21일 후인 4월 21일부터 해제검사가 예정이었지만, 4월 8일 덕진면에서 추가 의심축이 발생됨에 따라 5월 1일 이후에나 해제검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부실한 백신접종과 허술한 방역체계가 초래한 이번 구제역 사태는 지역사회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영암이 지켜온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명성마저 잃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근본적인 방역체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