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노동자 사망 사건…농장주 구속 ‘임금체불·상습폭행 혐의’ 고용부 “6개월간 폭행·괴롭힘 자행한 악질 범죄”…노동자 62명 피해 확인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5월 02일(금) 11:49 |
![]() ▲ 네팔 이주노동자 뚤시 푼 머거르씨가 사망한 영암 돼지농장 전경. |
영암 돼지농장에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이주노동자 뚤시 푼 머거르(27) 씨 사망 사건이 농장주의 구속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지난 28일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근로자 폭행·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해당 농장주 A씨(43)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던 뚤시 씨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 10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목포지청의 조사 결과, A씨는 노동자들의 뺨이나 머리를 손바닥으로 구타하거나 밤새 사무실 화장실에 가두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 네팔인 근로자는 A씨에게 뺨을 세게 맞아 중심을 잃고 문틀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A씨는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해 마치 자해로 다친 것처럼 거짓 합의서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임금체불도 적발…“감옥 같은 농장”
A씨는 폭행뿐만 아니라 2022년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과 야근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외국인 근로자 62명에게 총 2억 6천만 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포지청 관계자는 “사업주의 범행이 매우 악질적이었다”며 “상대가 같은 한국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한국말에 서툴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축사가 민가로부터 2km나 떨어져 대중교통조차 없는 외진 곳에 있어 신고가 어렵다는 점을 철저히 노린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고 진술했다”며 “고인 역시 생전에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근로감독기관 역할 미흡 논란 확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28일부터 5주간 외국인 고용 취약 사업장을 선별해 임금체불, 괴롭힘 등 노동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예방하는 선제적 점검·감독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고용노동부와 지자체 등 근로감독 기관들의 역할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 이주노동자들이 사망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신고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KBC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네팔 노동자는 지난해 10월 이미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은 후 영암의 한 파출소를 찾아 진술서까지 작성했으나, 경찰은 “다음에 또 맞으면 오라”며 신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올해 2월에는 다른 노동자가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을 방문해 폭행 피해를 알렸으나, “1건으로는 접수가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사건 발생 후 잠깐 반응하고 금세 잊혀지는 현 구조에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굉장히 어렵다”며 “외국인 근로자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 개선 필요성 제기…“제도적 장치 절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전남도가 이주노동자 노동인권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노동부가 취약사업장에 대한 점검 계획을 발표했고, A씨가 구속됐다”며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유린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정부 등의 대책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EPS)와 사업장 변경 제한이라는 현 제도가 유지된다면 노동자는 업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 예방, 피해자 보호 및 구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 ▲ 네팔 현지 언론 ‘칸티푸르’가 보도한 기사. 제목은 “EPS(고용허가제 노동자 대상 한국어시험)로 떠난 네팔 노동자들, 한국에서 고문 받아”다. |
사건 국제적 관심 높아져…네팔 현지 언론도 보도
이번 사건은 네팔 언론 ‘칸티푸르’에도 보도되는 등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많은 네팔 청년들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한국에 입국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망 사건은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 실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의 경우 6개 지역을 관할하면서도 현장 점검 인력은 3명에 불과해 세부적인 사업장 점검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270곳을 대상으로 한 권익 침해 여부 점검에서도 이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를 포착하지 못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전남도의회에서 ‘전남 이주노동자 정책 제도개선 토론회’가 개최되어 이주노동자 정책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으며, 특히 지역사회와 지자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