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를 쓰러진 사고로”…HD현대삼호 ‘사실 왜곡’ 논란

하청노동자 맨홀 추락 4일 만에 사망
금속노조 “책임 회피 급급” 강력 반발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5월 23일(금) 11:34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하청노동자가 개구부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회사 측이 사고 원인을 축소하려 한다는 논란이 거세다.

지난 17일 오전 의장설치 작업 중 개구부(맨홀)로 떨어진 손무현 씨(44)가 4일 만인 21일 끝내 숨을 거둔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명백한 추락사고를 쓰러진 사고로 왜곡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5m 맨홀 추락…경추골절로 의식불명

사고는 지난 17일 오전 11시경 HD현대삼호 50-3BAY S8218 S12P블럭에서 발생했다. 손무현 씨는 동료와 함께 2인 1조로 선박 블록 내부에서 의장설치 작업을 하던 중 동료가 필요한 자재를 가지러 간 사이 혼자 작업하다가 약 2.5m 개구부 아래로 떨어졌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손 씨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경추골절 진단을 받았고, 4일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21일 오전 9시 33분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현장에서는 개구부 덮개와 함께 손 씨의 벗겨진 안전모와 안경, 그리고 개구부 아래로 늘어진 용접 건이 발견됐다.


“덮개가 개구부 통과해 추락”…안전조치 부실 도마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 심각한 안전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개구부를 막아야 할 덮개가 개구부와 비슷한 크기로 제작돼 있어 고정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 떨어져 있던 덮개로 실험한 결과, 덮개가 개구부를 그대로 통과해 사고 지점에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개구부 등의 방호 조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덮개는 뒤집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HD현대삼호 사업장 곳곳에 수많은 개구부가 존재하고 있어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작업 전 안전관리자가 개구부 덮개 설치와 고정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안전보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 “건강상태 문제” vs 노조 “명예훼손 중단하라”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HD현대삼호의 대응이다. 노조는 회사 측이 명백한 추락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재해자의 건강상태를 거론하거나 “추락이 아닌 쓰러진 사고”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22일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HD현대삼호는 중대재해가 개구부 추락에 의한 것임이 명백한데도 재해자의 건강상태를 거론하거나 개구부 추락사고가 아닌 쓰러진 사고라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고인의 명예훼손을 중단하고 유족에게 사과하라”며 “분명한 추락 중대재해에 대한 사측의 유언비어 유포를 금지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예방 가능한 사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초점

노조는 “HD현대삼호는 개구부 추락이라는 예방하기 쉬운 재해를 막을 안전관리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를 호령하는 K-조선이 생산제일주의에 빠져 현장 노동자는 하루하루가 죽음의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안전보건 관리 조치가 미흡했다고 확인될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및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현재 김 사장은 기존 HD현대중공업 시절 발생한 사고로도 산업안전보호법 위반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전남 대공장 연쇄 사고…안전불감증 심각

이번 사고는 최근 광주전남 지역 대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 중 하나다.

지난 1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같은 날인 17일에는 금고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HD현대삼호도 지난해 4월 하청업체 청년잠수부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바 있다.

특히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최소 5명의 노동자가 사망사고를 당했으며, 이번 HD현대삼호 사고까지 포함하면 6명으로 늘어났다.

금속노조는 22일 오전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삼호와 고용노동부에 ▲고인 명예훼손 중단 및 사과 ▲작업 전 원청 관리자 안전조치 확인 ▲온전한 2인 1조 작업 실시 ▲사업장 전체 개구부 덮개 안전점검 실시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또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유사공정 작업중지 명령 ▲공장 전체 수시안전점검 실시 ▲중대재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최고경영책임자 엄중 처벌 등을 촉구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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