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사고 6일만에 또…대불산단 ‘죽음의 연쇄’

HD현대삼호 추락사 6일 만에 지게차 사망
원청 책임 회피, 유족 5일째 장례조차 못치러
300명 일터인데 4대보험 가입자 고작 45명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5월 30일(금) 13:23

본지가 지난 23일 HD현대삼호 하청노동자 맨홀 추락 사망사고를 보도한 지 불과 6일 만에 대불산단에서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번엔 원청의 책임 회피로 사고 발생 5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HD현대삼호 사고 직후 또 ‘예방 가능한 죽음’

지난 17일 HD현대삼호에서 맨홀로 추락한 손 모 씨(44)가 21일 숨을 거둔 지 이틀 만인 23일, 대불산단 ㈜마린텍에서 최 모 씨(49)가 지게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

두 사고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HD현대삼호는 개구부 덮개만 제대로 고정했어도, 마린텍은 지게차 유도자만 배치했어도 막을 수 있는 ‘기초 안전수칙 미준수’ 사고였다.

더 충격적인 건 피해자들의 신분이다. HD현대삼호 손 씨는 하청노동자였고, 마린텍 최 씨는 2차 하청업체 대표이자 ‘물량팀장’이었다. 다단계 하도급의 최말단에서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이 또다시 희생된 것이다.


사고 나면 일단 부정…유족 외면하는 원청들

HD현대삼호는 초기 “추락이 아닌 쓰러진 사고”라며 사실을 왜곡하려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사고 8일 만에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해 25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마린텍은 한술 더 뜬다. 28일 현재까지 사고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청 소유 지게차를 1차 하청이 운전해 2차 하청 대표가 사망했는데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준현 광주전남지부장은 “HD현대삼호 사태를 봤으면서도 마린텍은 더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유족은 5일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다”고 분노했다.


300명 일터, 4대보험 가입자는 45명뿐

마린텍 사고는 대불산단 다단계 하도급의 극단적 실태를 보여준다. 300여 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4대보험 가입자는 원청 15명, 1차 하청 4개사 30명을 합쳐 4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2, 3차 하청 물량팀이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세금은 내지만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에서는 배제된다. 사망한 최 씨도 10여 명을 거느린 물량팀장이었지만 법적으론 ‘그림자 노동자’였다.

이는 HD현대삼호도 마찬가지다. 거대 조선소 안에서 수많은 하청·물량팀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을 하지만, 사고가 나면 원청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며 발을 뺀다.


올해 중대재해만 6건…“특별대책 없인 계속될 것”

본지가 보도한 HD현대삼호 사고를 포함해 올해 대불산단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작업 중 사망사고가 6건 발생했다. 이 외에도 4월 18일 HD현대삼호 사내업체 중국인 노동자가 아침 체조 중 사망하는 등 산단 전체의 안전관리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유일은 3월과 4월 두 달 사이 2명이 사망했는데, 이 회사 대표가 대불산단경영자협의회장이라는 점에서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금속노조는 28일 목포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불산단 전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특별안전관리대책”을 요구했다. 노조는 ▲다단계 불법하도급 실태조사 ▲모든 하도급 노동자 4대보험 보장 ▲원청 최고경영책임자 엄중 처벌 등을 촉구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남 산재사망자는 12명으로 전년 대비 140% 증가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 대불산단이 있다.

한 노동 전문가는 “HD현대삼호 사고가 경종을 울렸는데도 불과 엿새 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3, 제4의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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