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민은 왜 전남에서 가장 비싼 수도요금을 내야 하나

유수율 전남 꼴찌 53%…목포시민보다 톤당 111원 더 부담
36년 노후 대불산단이 전체 물량 25% 차지, 정부 지원은 0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6월 13일(금) 11:19

영암군민들이 전남에서 가장 비싼 수도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생산한 수돗물의 절반 가까이가 땅속으로 새어나가는데도, 36년 된 대불 국가산단의 노후 상수도 문제를 작은 군 단위 지자체가 홀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최하위 유수율, 최고 수도요금

환경부 ‘2023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영암군의 유수율은 53.0%로 전남 22개 시군 중 최하위다. 유수율이란 생산한 수돗물 중 실제로 가정에 도달해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영암군은 100톤을 생산하면 47톤이 땅속으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는 전남 평균 73.5%보다 20.5%p 낮고, 인접한 목포시(86.6%), 나주시(85.3%), 무안군(82.9%)과는 30%p 내외의 격차를 보인다.

낮은 유수율은 높은 수도요금으로 직결됐다. 현재 영암군의 가정용 수도요금은 톤당 641원으로, 목포시(530원)보다 111원, 무안군(370~480원)보다 최대 271원 비싸다. 영암군은 2030년까지 이를 823원으로 인상할 계획이어서 주민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불산단 때문”…하지만 정부 지원은 제로

본지 취재 결과, 이런 문제의 핵심 원인은 대불 국가산업단지였다.

영암군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대불산단이 우리 군 전체 물 사용량의 25%를 차지한다. 거기서 누수가 많이 되는데 국가 지원은 전혀 없다”며 “국가산단을 조그마한 자치단체에서 커버가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1988년 조성된 대불산단은 36년이 지나 상수관로가 심각하게 노후화됐다. 하지만 국가가 조성한 산단임에도 관리와 개선 비용은 온전히 영암군이 부담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산단을 보유한 여수시(62.2%)도 시 단위 중 유수율이 가장 낮다. 반면 2009년 조성된 함평 빛그린산단을 보유한 함평군은 74.4%로 양호한 편이다. 노후 산단이 유수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5년 전 ‘85%’ 약속은 공염불

영암군은 상수도 현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유수율이 2020년 47.7%에서 2024년 56.3%로 8.6%p 개선됐고, 연간 15억 7천만원을 절감했다.

하지만 이는 5년 전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2020년 3월 영암군은 “2023년까지 273억 원을 투입해 유수율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3년 실제 유수율은 53.0%로 목표의 62% 수준에 그쳤다.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그때는 블록 구축이 제대로 안 돼 있고, 주먹구구식이었다”며 “85%는 영암읍과 삼호읍 일부 지역만 해당하는 목표였다”고 해명했다.

영암군은 이제 2030년 목표를 70%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저도 현재 전남 평균(73.5%)에 못 미친다.


“정부 지원 없인 해결 불가능”

전문가들은 영암군 문제의 핵심이 36년 된 대불산단의 노후 인프라라고 지적한다.

한 상수도 전문가는 “대불산단 노후 상수관로가 영암군 전체 물 사용량의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작은 군 단위 지자체가 이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조성한 산단의 노후 인프라 문제를 지자체에만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영암군의 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6년 된 대불 국가산단의 노후 인프라가 전체 물 사용량의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작은 군 단위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전남 최하위 유수율과 최고 수도요금으로 이중고를 겪는 영암군민들. 이들이 국가 정책의 실패를 대신 짊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의 특별 지원이 시급하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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