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나무에 감이 없어”…영암 대봉감 농가들 낙과 ‘절규’ 금정 500농가 400ha 피해…30년생 나무에 30개도 안돼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7월 11일(금) 13:05 |
![]() ▲ 정철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지난 9일 금정면 아천리 대봉감 농가에서 군의원들과 도의원에게 극심한 낙과 피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
“40년 동안 농사일을 해왔지만 올해처럼 더위에 감들이 전부 떨어지는 건 처음이제. 올해만이 아니고 내년 농사에도 큰 타격이여.”
9일 오전 영암군 금정면 아천리 대봉감 농가. 나뭇가지엔 열매가 드물고, 바닥엔 말라비틀어진 감과 꼭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영암군의회 의원들이 현장을 찾자 정철(60)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감나무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이맘때면 나무마다 푸른 감이 주렁주렁해야 정상인데, 보세요. 나무가 텅 비었어.”
영암군은 전남 대봉감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특히 금정면은 530여 농가가 600ha에서 재배해 영암군 생산량의 74%를 담당한다. 하지만 올해는 평균 85%라는 극심한 낙과율로 농가들이 절망에 빠졌다.
원인 모를 대량 낙과…“2023년보다 더 심각”
금정면 농민회장인 박춘홍(59) 대책위 부위원장은 “30년생 감나무엔 보통 500개 이상 달려야 하는데, 지금은 30개 찾기도 힘들다”며 “2023년 봄동상해 때 80% 피해를 봤는데,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피해 원인은 이상기후로 추정된다. 5월 말 개화기 이후 급격한 일교차가 발생했고, 6월 초엔 10~30도를 오가는 극심한 온도 변화가 이어졌다. 여기에 6월 중순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감들이 대거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철 위원장은 “감떡(꼭지)이 감을 감싸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다 벌어져 있다. 이런 감은 100% 떨어진다”며 “60~70년 농사지은 분들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 영암군 대봉감 농가의 낙과 피해 현장. 감나무에는 열매 없이 말라비틀어진 꼭지만 남아있다. |
![]() ▲ 영암군 대봉감 농가의 낙과 피해 현장. 바닥에는 떨어진 꼭지들이 널브러져 있다. |
제도의 벽에 막힌 농민들…“약값도 없어”
문제는 이미 봄동상해로 재해 신고를 마친 상태라는 점이다. 금정면은 3~4월 저온피해로 423농가가 재해 지원을 신청했다. 그런데 산림청이 올해부터 ‘1기작 1회’만 지원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추가 지원이 막혔다.
“봄동상해와 낙과는 완전히 다른 재해”라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같은 작기로 분류돼 농약대 등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제도의 벽은 농민들의 생계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정철 위원장은 “감이 없다고 방제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해야 한다”며 “작년엔 14번 약을 쳤는데, 감이 없었던 2023년엔 19번 했다”고 설명했다. 수확이 없는 상황에서 방제 비용은 고스란히 농민들의 빚으로 쌓이고 있다.
“우리가 농사를 올해만 짓고 마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 관리 안 하면 내년도 망한다”며 정철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영암군민의 안전한 삶을 책임지시는 분들 아닌가. 예비비 좀 써달라”고 호소했다.
한 농민은 “정말 고생해서 농사 지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거든요. 눈물이 나옵니다”며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습니까.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 |
군의회·행정 “최선 다하겠다”…제도 개선도 요구
이날 현장을 찾은 정운갑 영암군의회 부의장은 “군에서 할 일, 의회에서 할 일을 찾아 차질 없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천수 의원도 “현장에 답이 있는데 눈으로 봤는데 나몰라라 하겠냐”며 “의장과 집행부와 논의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진석 영암군청 산림휴양과장은 “전수조사를 실시해 행정적 대책을 강구하고 중앙부처를 방문하겠다”며 “특히 피해유형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날(8일) 산림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고, 영암군의 요청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편람이 1회만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예년처럼 피해유형별 농약대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영암 대봉감 낙과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봄 저온, 초여름 폭염, 집중호우가 연달아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일상화’ 속에서 기존의 재해 대응 시스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농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응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