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의 인내가 폭발한 날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7월 11일(금) 13:12 |
70대가 넘은 노인들이 35도 폭염을 뚫고 영암군청 앞으로 나왔다. 집에서 쉬어도 힘든 날씨다. 그런데도 50여 명이 모였다.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나.
12년. 미암면 주민들이 매연과 악취를 견뎌온 시간이다. 4,380일의 고통. 그동안 이들은 참았다. 민원을 넣고, 진정서를 쓰고, 간담회를 열었다. 법적 절차를 따랐고, 행정을 믿었다. 그런데 업체는 이제 아예 공장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참고 참던 주민들의 인내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사실 징조는 있었다. 재작년 12월 박종필 당시 미암면장 주재 간담회에서 업체 대표는 “증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3월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6월, 증설 신고서가 제출됐다. 주민들에게 이는 단순한 약속 파기가 아니었다. 12년간 쌓인 신뢰의 붕괴였고,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선언이었다.
영암군의 태도도 주민들을 절망케 했다. 불법 개발행위를 “문제없다”고 했다가 주민 546명의 진정서가 나오자 그제야 원상복구 명령. 해당 업체 관계사들과 2년간 5억 6천만 원의 수의계약.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믿고 기다리겠는가.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폭염보다 뜨거운 분노를 안고. “우리 아들에게 깨끗한 땅을 물려주고 싶다”는 대책위원장의 말에는 12년의 한이 서려 있다. 그저 숨 쉴 권리,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달라는 것뿐인데, 왜 이토록 힘든가.
이날 집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의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띈다. “선거로 심판한다” 더 이상 호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2년간의 호소가 무용했으니, 이제는 투표로 답하겠다는 선언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영암군은 여전히 “법령에 따라 처리하겠다”고만 한다. 그 법령에 주민의 고통은 있는가. 12년의 인내는 있는가. 폭염을 뚫고 나온 70대 노인들의 절박함은 있는가.
지난주 사설에서 우리는 “미암면의 여름은 여전히 덥고,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고 썼다. 틀렸다. 갈등은 이미 폭발했다. 12년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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