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 없는 RE100, 그것이 진정한 전환인가 농업과 주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7월 25일(금) 10:19 |
![]() 전) 영암군태양광대책위공동위원장 |
우승희 영암군수가 추진 중인 ‘RE100 복합도시 조성 사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젊은 군수의 참신한 시도와 변화를 원하는 일부 군민들의 기대는 분명 존재한다. 특히 낙후된 산업단지의 회생, 미래산업 기반 확보, 국책사업 유치 노력 등은 지역발전의 동력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RE100 복합도시 구상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군민의 삶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다.
농업과 식량주권의 철저한 배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영암군이 전국에서도 드물게 간척지를 기반으로 한 집단 농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군수의 기고문과 계획안에서 ‘농민’이나 ‘농업’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200ha에 달하는 간척지를 태양광 단지로 전환한다는 발상은 지역 농업 기반을 해체하고 식량주권을 외면하는 처사로, 과거 F1 경기장 사업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조상들의 피땀으로 일군 간척지를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는 발상은 농민의 삶과 공동체를 짓밟는 개발만능주의의 결정판이다. 간척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대한민국 식량주권의 최후 보루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식량기지다. 이 땅은 보전되어야 하며, 그 위에서 에너지와 농업이 공존하는 ‘영농형 태양광’과 같은 공존형 모델이 장려되어야 한다.
주민 참여 절차 전무, 밀실행정의 반복
군수 개인의 발표로 시작된 이 사업은 어떠한 사전 주민설명회도, 지방의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민주적 행정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절차적 독단이며, 군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다. 주민 없는 에너지 전환은 ‘전환’이 아니라 ‘침탈’이다.
최근 열린 에너지 군민 원탁회의에서는 주민들의 강한 요구가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정책이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과 농민이 배제된 채 수립된 일방적인 정책은 폭력적 행정이며, 정의로운 전환과는 거리가 먼 관료적 폭주일 뿐이다.
현실성 부족한 기업 유치 전략
RE100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인 재생에너지 조달체계를 확보해나가고 있으며, 전력 생산의 간헐성과 불안정성이 높은 태양광·풍력 중심의 지역에 입주할 가능성은 낮다. 현실적 수요 분석 없이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며, 실패 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더욱이 RE100 산업단지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간척지 개발은 실제로는 부동산 투기와 개발자본 유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대불산단 개발이 초래한 환경파괴와 지역 갈등의 재현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대안은 주민과 함께하는 전환
우승희 군수의 행정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정책 추진의 속도’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시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그 과정에서 주민의 삶, 농업의 지속 가능성, 생태의 보전이 무시된다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모든 에너지 전환 정책은 주민설명회와 군민 공론화 과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농민협의체, 주민참여형 에너지전환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아닌, 주민협동조합 중심의 마을 태양광 모델을 도입하고, 공공이 주도하고 주민이 소유하는 에너지 체계를 지역 내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간척지를 포기하는 방식이 아닌, 영농형 태양광 모델(agrivoltaics)을 적용하여 농업생산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보장하는 실증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모든 토지거래, 입주계약, 행정계획을 공공 포털에 즉시 공개하고, 민간·전문가·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감시단을 제도화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전환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물자절약과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규모 개발 중심의 에너지 사업이 아닌, 생활 속 에너지 전환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공서, 농협, 마을회관, 도로 주변 유휴지, 농가의 지붕과 짜투리 공간 등,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구석구석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립형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전기는 팔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물자를 절약하고, 공간을 존중하며, 주민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터전을 희생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주민과 함께 가는 전환만이 지속가능하다
우리는 묻는다. 이 전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민인가, 개발업자인가? 농업 없는 지역발전이 과연 가능한가? 10년 후,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기후위기 대응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그 대응이 주민의 삶과 생계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닌 정의롭지 못한 착취와 침탈일 뿐이다. 진정한 RE100 복합도시는 주민의 손으로 설계되고, 농민의 삶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전환은 농민의 땀을 지우지 않으며, 주민의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전환을 함께 만들기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공개 주민설명회를 즉시 개최하고, 군의회에 공식 질의 및 정책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공공재생에너지와 농지 보호를 위한 군민연대’를 조직하고, 관련 문서를 군청·도의회·관계 부처에 공식 제출하여 정치적 대응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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