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RE100의 두 얼굴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09월 26일(금) 13:42 |
전남의 RE100을 향한 여정이 두 개의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라남도가 ‘솔라시도’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들고 국가적 프로젝트 유치라는 정치적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영암군이 ‘햇빛연금’ 공청회라는 오솔길에서 주민들의 반발과 ‘전력 계통’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준다.
전남도의 전략은 ‘선(先) 유치, 후(後) 해결’로 요약된다. 수조 원짜리 데이터센터와 10만 신도시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먼저 따내면, 전력 계통망 부족 같은 기술적 문제는 중앙정부와 한전이 해결해 줄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현실의 장애물을 정치적 힘으로 돌파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공법이다.
반면, 영암군은 그 어떤 정치적 지렛대도 없이 현실의 벽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당장 2031년까지 전기를 팔 길이 막혀있다는 ‘계통 문제’는, 군민들에게 약속하는 ‘햇빛연금’의 신뢰도를 근본부터 흔든다. 미래의 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 삶의 터전인 농지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농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이는 고속도로 개통 계획 없이 자동차부터 사라고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험난함이다.
결국, 지금 전남에서 벌어지는 일은 RE100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두 개의 서로 다른 길이 공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나는 거대한 정치적 열쇠로 모든 문을 열려는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열쇠 없이 현실의 문을 힘겹게 두드리는 과정이다. 지역 에너지 대전환의 성공은, 저 위에서 질주하는 정치적 해법이 발밑의 현실과 만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전까지 영암의 공청회는 ‘뜬구름’과 ‘생존권’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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