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20년간 제자리, 생산비는 3배 올라…토론회 격론 29일 농민·농협·행정 관계자 50여명 참석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10월 02일(목)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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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2시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2층 회의실. ‘벼 수매가격 합리적 결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영암군쌀생산자협회 등 4개 농민단체가 주최하고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정운갑 영암군의회 부의장, 지종태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농정지원단장, 배영수 통합RPC 대표, 농민단체 대표들과 민간 RPC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넘게 열띤 논의를 벌였다.
“모든 물건은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는데, 유일하게 나락 가격만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에게 20년 전 봉급으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느냐.”
양관진 영암군쌀생산자협회 감사의 이날 발언은 농민들의 호소를 대변했다. 바로 다음 날 통합RPC 운영위원회의 ‘7만원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낸 분수령이 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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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 받아도 연 2,100만원…최저임금도 안 돼”
첫 발표자로 나선 양관진 영암군쌀생산자협회 감사는 준비한 자료를 펼쳐 보이며 20년간 역행한 쌀값 현실을 고발했다.
“지난 2004년 추곡수매제 폐지 당시 쌀 한 가마(40kg)는 6만 44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영암 농협 수매가는 5만 9천원입니다. 20년 전보다 떨어졌어요. 같은 기간 복합비료는 5,300원에서 1만 7천~1만 8천 원으로 올랐고, 비싼 건 3만 원을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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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생산자협회가 제시한 생산비 분석은 더욱 놀라웠다. 작년 수매가 6만 원 기준으로 1마지기당 총수입은 66만 원. 여기서 농기계, 비료, 농약, 임대료 등 생산비 58만 8천 원을 빼면 순수익은 고작 7만 1천 원이다. 100마지기(약 2만 평)를 경작해도 연간 순수익은 710만 원에 불과하다.
“8만 원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1마지기당 순수익이 21만 1천 원, 100마지기 기준 연 2,110만 원입니다. 이것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한 금액입니다.”
김봉식 영암군쌀생산자협회장(사회자)은 “영암군 인구가 작년 말 5만 1,400명에서 현재 5만 200명대까지 떨어져 5만 명 선 붕괴 위기”라며 “농업 경쟁력 없이는 지역이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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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요구: “농민도 가격 결정 참여를”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바로 쌀값 결정 구조에서 생산자인 농민의 권한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구조에서 농민은 쌀값 결정에 아무런 역할이 없습니다. 의견을 내기 위해 사정하거나 투쟁해야 합니다. 작년에도 생산량 감소를 근거로 가격 인상을 예상했지만 5만 9천 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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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는 해법으로 ‘벼 가격 결정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농민 대표, 농협 대표, 중재 역할을 할 행정과 의회 대표가 참여해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농민은 생산비를 근거로 희망 가격을 제시하고, 농협은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서로 협상하면 됩니다. 위원회 결정을 농협 이사회가 번복할 수 없도록 최종 결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한 참석자는 “강원도 철원에서는 개별 농협이 이사, 감사, 실무자, 농민이 참여하는 협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며 “이익이 나면 환원하고 손실은 감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안과 과제: 친환경·기술 문제도 제기…“투명성 확보해야”
서윤호 영암군친환경농업협회장은 친환경 농가의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친환경 농가가 건조시설이 없어 제값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일부 농협은 자체 계약 농가의 벼만 수매하고, 개인 판로를 개척한 농가는 받아주지 않습니다. 영암군 장려금도 농협 계약 물량에만 지급되는 불공평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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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 한농연 사무국장은 최근 확산되는 깨씨무늬병 문제와 관련해 토양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깨씨무늬병은 토양 유기물 부족이 주요 원인입니다. 영암에 축산농가가 많으니 볏짚-퇴비 순환 시스템을 군 차원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농협 운영의 투명성 문제도 논의에 올랐다. 김선찬 농민은 “농협이 수매, 가공, 판매 과정의 장부를 공개하지 않아 불신이 커진다”며 “수익과 손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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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할론 vs 선제적 대응론
배영수 통합RPC 대표는 쌀값 결정의 핵심은 정부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 123조 4항은 국가가 농산물 수급균형과 가격안정을 도모해 농민 이익을 보호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중간정산금이 현재 4만 원인데, 최소 6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시장 가격이 안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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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배 대표는 “통합RPC가 16년간 16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며 “우선지급금을 높게 책정했다가 환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농민들은 “다른 지역 눈치 보지 말고 영암이 먼저 7만 원으로 우선지급금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선제적 발표가 시장을 주도하고 공공비축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맞섰다.
끝으로 자리에 함께한 정운갑 부의장은 “마음이 통해야 일이 풀린다”며 “통합RPC 현대화 사업은 영암쌀이 도약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의회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2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에서 터져 나온 농민들의 목소리는 바로 다음 날 ‘7만원 잠정 합의’라는 첫 성과를 냈다. 하지만 가격결정위원회 구성, 운영 투명성 확보 등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