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들은 왜 벼값 7만원을 요구했나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10월 02일(목) 12:31 |
영암군 통합RPC 운영위원회가 2025년산 벼 우선지급금을 40kg당 7만 원으로 잠정 합의했다. 2시간 30분의 격론 끝에 도출된 결과다. 작년 5만 9천 원보다 18.6% 오른 금액으로, 현재까지 전남 지역에서 논의되는 가격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민단체가 퇴장까지 불사하며 벼랑 끝 협상 끝에 얻어낸 성과다.
농민들이 벼값 7만 원을 요구한 이유는 29일 토론회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2004년 추곡수매제 폐지 당시 벼 한 가마(40kg) 가격이 6만 440원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복합비료 가격은 5,300원에서 1만 8천 원으로 3배 이상, 최저임금도 3배 올랐다. 나락값은 제자리인데 생산비만 치솟은 것이다.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공무원에게 20년 전 월급으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떠오른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농민들은 여전히 가격 결정 과정에서 구조적 열세의 위치에 있다. 통합RPC 운영위원회에서 농민단체 대표는 3명에 불과했고, 극한 대치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농민회에서 제안한 ‘벼 가격 결정 위원회’ 구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농민, 농협, 행정이 보다 대등한 위치에서 참여하는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강원도 철원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이미 시행 중이라고 한다.
물론 농협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합RPC는 16년간 16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역계절진폭으로 인한 리스크를 농협이 혼자 감당하는 현 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미 중간정산금을 현재 4만 원에서 최소 6만 원으로 올려 벼값 안정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농협도 할 일이 있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농민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수매와 판매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영암군 인구 5만 붕괴가 눈앞이다. 여기에 농업 기반이 계속 약화되고 무너지게 되면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7만 원 잠정 합의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나온 작은 진전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벼랑 끝 협상은 답이 아니다. ‘벼 가격 결정 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농민이 극한 대치가 아닌 정당한 협상을 통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영암 농업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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