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 위해 비수도권 희생 강요…‘에너지 식민지화’ 막아야”

전남 전력자급률 198%, 서울 10% 불과
용인반도체 10GW 중 70% 비수도권서 송전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전환해야”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0월 17일(금) 10:56

지난 10월 1일, 신북농협 2층 회의실에서 ‘고압 송전선로와 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위원장 정철)’ 주최로 하승수 변호사 초청 주민 강연회가 열렸다. 영암군에 건설 예정인 고압 송전선로와 철탑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강연회에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호남을 관통하려는 송전탑, 문제진단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현재의 송전망 건설 계획이 “수도권 일극 집중과 비수도권의 식민지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지역별 전력 자립도를 보면 서울 10%, 경기 62%인 반면, 전남은 198%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비수도권 농촌 지역이 필요한 전기 때문에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봇대를 지중화하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주택 위로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는 현실이 도시와 농촌의 극심한 불평등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 변호사는 이번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핵심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 발표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지목했다. 그는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10GW의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이 계획은 전기와 용수 공급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막대한 전력의 70%를 서남해안 등 비수도권에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는 점이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이 계획에 필요한 14개 노선, 총 1,153km에 달하는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일괄 면제받았고, 이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성과라며 내부적으로 포상 잔치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 변호사는 고압 송전선로가 인근 주민들의 암 발병률을 높이는 등 건강 피해와 심각한 재산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거미줄처럼 복잡해진 송전망이 오히려 국가적인 대정전(블랙아웃)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전기가 필요한 기업이 생산지인 지역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력 생산지에 혜택을 주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적극적 활용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송전탑 문제는 개별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전국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명확한 반대 입장을 요구하고 중앙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박춘홍 금정면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사업으로 인해 힘없는 농촌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개탄하며, “우리 지역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반드시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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