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500명 탄원서 파문…자치행정과 ‘취합 창구’ 역할

자치행정과장 “공문 없었다”지만 교류후생팀 취합 인정
실과·읍면 팀장 소집해 ‘상황 설명회’ 개최 사실 확인
송전선로 항의 사건인데 “농민회 보복” 탄원서 제출 논란
대책위 “정치적 탄압” vs 영암군 “직원 개인 자율 참여”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0월 31일(금) 14:58

영암군 공무원 500여 명이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원장을 ‘모욕죄’로 고소한 전직 면장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영암군 자치행정과가 사실상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30일 박영하 영암군 자치행정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탄원서를 공문으로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자치행정과가 실과 서무팀장과 읍면 팀장들을 소집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교류후생팀을 탄원서 취합 창구로 지정한 사실은 인정했다.

박 과장은 “고소한 공무원이 노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노조가 거부하자, 직원들이 개인적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자율적 참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11개 읍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탄원서가 제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사건이 9월 초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 간담회에서 발생했음에도, 공무원들은 이를 ‘농민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과장은 “예전부터 농민회의 폭언으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정철 위원장이 농민회 소속이어서 노조가 도움을 거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철 대책위원장을 고소한 최복용 전 금정면장은 지난 9월 5일 송전선로 관련 주민간담회에서 “어디 면장이 말하는데 끼어드냐”고 제지하자, 정 위원장이 “아줌마”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모욕죄와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당시는 2년간 은폐됐던 송전선로 사업에 주민들이 항의하던 상황이었다.

29일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개인 송사가 아닌 정치적 목적의 고소”라며 “정당한 민원 제기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탄원서가 700명에 달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과장은 “500여 명 정도로 들었다”고 확인했다.

본지 기자가 “지역의 정치적 갈등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과장은 “그것까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간 법적 다툼을 넘어, 주민의 정당한 민원 제기가 ‘악성 민원’으로 매도되고 행정력이 동원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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