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대불산단 ‘해상풍력 전환’ 첫발…구체적 계획은 아직

5개월 타당성 조사 용역 ‘긍정적’ 결론, 사업비·일정은 미정
대불산단 조선업 전환 vs 기업도시 신규 조성 입지도 미결정
전남도 “내년 영암·해남·목포 역할 분담 용역” 계획 밝혀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1월 07일(금) 11:48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조선업 호황 속에서도 전면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전성기 3만 명이던 고용 인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뒤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최근 대형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실적을 개선했지만, 산단 전체 생산과 고용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영암군은 이러한 대불산단에 해상풍력 기자재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남 서남권 8.2GW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되면 약 20조 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대불산단의 조선·해양플랜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산업전환 기회로 평가된다.

영암군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예산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 결과 “베어링·O&M 적합”…구체적 계획은 부재

지난 10월 27일 영암군청에서 해상풍력 기자재 산업 클러스터 조성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목포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영암에 적합한 분야로 터빈 핵심부품(피치·요 베어링, 변압기 등) 제조와 운영·유지보수(O&M) 산업을 제시했다.

피치·요 베어링은 풍력발전기 날개 각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핵심부품이다. 용역사는 대불산단의 숙련 인력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베어링 제조 클러스터 구축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암군 지역순환경제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비 부분은 용역 내용에 없다”고 밝혔다. “O&M(유지보수)도 용역사가 제안한 것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암군은 올해 말까지 세부 방향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사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불산단·기업도시 입지 놓고 검토 지속

특화단지 입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영암군은 당초 대불산단 내 조선업체들의 산업전환을 목표로 했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대불산단 내 가용부지 부족으로 기업도시까지 검토 범위를 확대했다.

군 관계자는 “대불산단 안에는 부지가 없어서 새로운 기업 유치나 산업전환을 위한 부지 확장이 어렵다”며 “영암군 내에서 활용 가능한 부지를 찾다 보니 기업도시까지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0월 초 전남도가 주도해 확보한 피치·요 베어링 시험센터(총 250억 원: 국비 150억, 전남도 30억, 영암군 70억)는 대불산단에 조성된다. 국내 최초로 15MW급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전남도 해상풍력산업과 관계자는 “대불산단은 대형 하부구조물 생산, 기업도시는 기자재 클러스터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해남 정부 프로젝트 유치…영암은 자체 산업전환 모색

같은 기간 해남군은 정부 주도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유치했다. 10월 초 OpenAI-SK 데이터센터와 2조 5,000억 원 규모 삼성SDS 국가AI컴퓨팅센터가 솔라시도에 들어서기로 했다. 10월 20일에는 LS머트리얼즈·LS마린솔루션과 화원산단 내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13GW 규모 해상풍력 전진기지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해남의 성과는 정부와 전남도가 주도한 국가 프로젝트가 솔라시도 부지에 유치된 결과다. 반면 영암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산업단지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민간 투자 유치가 중심인 해상풍력 기자재 사업 특성상 사업 진행 속도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베어링 제조기업 10개사 관심…실제 투자 연결이 과제

영암군은 베어링 시험센터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검토 중이다. 관련해 전남도는 신라정밀, CS베어링 등 국내 베어링 제조기업 10개사가 시험센터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의 실제 투자와 입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15MW급 이상 베어링 시험을 위해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시설을 이용해 왔다. 전남도는 센터가 완공되면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 절감과 기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베어링 시험센터와 연계한 핵심부품 제조에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남, 목포와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피치요 베어링 센터(해상풍력 핵심부품 시험센터) 조감도


전남도, 내년 역할 분담 용역…정부예산 반영 목표

영암군은 올해 말까지 세부 방향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사업계획수립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정부 예산 반영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구체적 계획 확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는 내년 별도 용역을 통해 영암·해남·목포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영암, 해남, 목포가 해상풍력 기자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까지는 합의됐다”며 “구체적으로 각 지역이 어떤 기자재를 담당할지는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영암군은 구체적인 사업비 산출, 입지 확정, 실수요 기업 확보, 정부 예산 반영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제4기 수소도시 지정, 대불산단 조선·해양플랜트 인프라 등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영암군은 베어링 시험센터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기자재단지 조성이라는 방향은 설정했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대불산단의 산업 전환이라는 절박한 현안을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세부 방향 확정 작업이 영암군의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이 기사는 영암열린신문 홈페이지(www.openmedia.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openmedia.co.kr/article.php?aid=3344220199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9일 00: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