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인구의 역설… 줄어드는데 늘어난다?

1년새 1286명↓ 5만 붕괴 목전
은퇴 세대 순유입 전국 상위권
외국인 증가로 통계 역전 현상
군 신중년 조례 1년째 공백 상태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1월 14일(금) 13:02

영암군 주민등록인구가 5만 명 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미래연구원은 영암을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으로 분류했다. 도대체 영암 인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달(10월) 기준 영암군 주민등록인구는 5만 170명. 1년 전인 작년 11월(5만 1,456명)보다 1,286명이 줄었다. 매달 평균 107명씩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올해 7월엔 한 달 만에 308명이 감소하는 충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기회 요인 탐색」 보고서는 영암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연평균 인구변화율’ 상위권으로 꼽았다. 60~64세 순유입률도 상위권에 올랐다.

줄어드는데 늘어난다? 이 모순된 숫자 뒤에는 영암 인구의 특수한 ‘이중 구조’가 숨어 있다.


청년은 빠지고, 은퇴세대는 들어온다

먼저 전국적 흐름부터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19~34세 청년층은 88곳에서 순유출, 50~64세 중장년층은 대부분 순유입을 기록했다.

청년들은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한다. 반대로 은퇴를 앞둔 중장년들은 집값이 싸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방향을 튼다. 이들의 40~80%는 같은 광역권 내에서 움직인다. 광주에서 전남으로, 서울에서 경기로 옮기는 식이다.

영암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강도가 남다르다.


영암 인구의 두 기둥: 은퇴세대와 외국인

국회미래연구원이 근거로 삼은 건 ‘인구총조사’ 통계다. 이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 우리가 매달 확인하는 주민등록인구는 내국인만 센다.

간단히 말해 총인구(C) = 내국인(A) + 외국인(B)다. 영암은 A가 줄어도 B의 증가로 C가 버티고 있는 구조다. 대불국가산업단지와 농촌 일손을 메우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전체 인구지표를 떠받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암의 60~64세 순유입률은 3.71%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상위권이다. 작년 한 해 205가구의 중장년층이 영암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 대부분이 20~40대인 점을 감안하면, 60대 유입은 대부분 한국인 은퇴세대의 귀농·귀촌으로 봐야 한다.

결국 영암 인구를 떠받치는 건 두 축이다. 하나는 농업·제조 현장의 20~40대 외국인, 다른 하나는 제2의 삶을 찾아온 50~60대 한국인. 그 사이에서 지역 청년들은 계속 빠져나간다.


조례는 만들었지만…신중년은 여전히 ‘사각지대’

이런 흐름을 영암군의회가 먼저 포착했다. 작년 9월 고화자 의원이 발의한 「영암군 신중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됐다. 50~70세를 ‘신중년’으로 정의하고, 생애재설계부터 은퇴자 마을 조성까지 종합 지원책을 담았다.

하지만 1년이 넘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례를 발의한 고화자 의원은 “신중년 일자리나 동아리 공간이 필요하다고 계속 요구하지만, 청년 공간만 늘어나고 신중년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은퇴세대들이 동아리방 하나 없어 컨테이너에서 버스킹을 하는 실정이지만, 군정의 관심은 여전히 ‘청년 유출 방지’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은퇴세대가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신중년 정책”이라며, 나이가 들면 병원을 찾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를 언급했다.


두 축을 모두 보는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의회는 신중년 조례로 은퇴세대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다. 국회미래연구원도 중장년 유입을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기회’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군정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청년에 쏠려 있다. 청년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영암 현실에서는 청년을 붙잡지 못하는 사이, 어렵게 들어온 중장년과 외국인마저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될 위험이 있다.

청년과 중장년 중 하나를 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생애주기 전체와 내국인·외국인을 동시에 아우르는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영암을 지탱하는 두 기둥, 은퇴세대와 외국인을 제대로 품지 못한다면, 통계가 보여주는 ‘선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5만 170명. 영암 인구는 이미 위기의 숫자다. 이제 숫자의 착시를 넘어, 구조를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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