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의 계절에 생각해본 청첩장의 의미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11월 21일(금) 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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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주일이 멀다고 청첩장이 날아든다. 은퇴 직전과 직후에 있는 5060세대는 친지나 지인들의 자녀 결혼 소식에 축하와 초조함이라는 이중적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이에 결혼 청첩장을 둘러싸고 출렁이는 5060세대의 감정과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짚어본다.
대부분의 사람은 친구의 자녀나 친지의 아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개 기쁨과 축하의 감정을 느낀다. 성질 급한 사람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축하 메시지를 보내거나 오랜만에 목소리도 들을 겸 전화를 건다. 입이 귀에 걸린 듯 환한 표정을 지으며 지르는 친구의 “드디어!”라는 탄성은 세월이 쌓아 올린 인간관계 속에서 소소한 위안으로 다가온다. 이는 인지상정이다.
친지나 지인 자녀의 결혼 소식은 때때로 ‘시간의 압박’을 체감하게 만든다. 주변에서 연이어 날아오는 청첩장 행렬 속에 아직 결혼 소식이 없는 자신의 자녀 모습이 어른거린다. ‘우리 애는 왜 아직…’이라는 말이 무심결에 흘러나오고, 이 말은 사회가 던지는 보이지 않는 시계 소리와 맞물린다. 특히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기대가 강한 환경에서는 타인의 청첩장이 곧 자신의 뒤처짐이나 실패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교의 감정은 단순한 질투나 경쟁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사랑하는 아이의 삶이 도태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나이가 들어가며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초조함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나타나는 감정이다.
청첩장이 주는 사회적 연대감
청첩장을 받았을 때 전하는 축하 인사는 대체로 진심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이 스며들기 쉽다. 타인의 청첩장이나 결혼식장은 자신과의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자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친지나 친구의 자녀가 집을 마련하고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 부러움과 함께 자책감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속칭 꼰대질이나 ‘왜 우리 애는…’이라는 질문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다. 고공 행진하는 집값과 고용불안 같은 외부요인이 자녀의 결혼 시기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자기 위로와 함께 타인의 결혼은 나의 실패라는 이중적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첩장을 받은 5060세대의 반응 중 주목할 점은 연대감이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거나, 결혼식 축의에 성의를 보이며, 때로는 경제적·정서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보교환은 큰 힘이 된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속에서 친지나 지인으로부터 알음알음 전세 매물을 소개받거나, 결혼 준비에 필요한 실무적 팁을 나누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타인의 청첩장은 때때로 닫혀 있던 ‘네트워크의 창’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는 개인주의가 확산된 사회에서도 남아 있는 공동체적 관습과 정서다.
타인의 청첩장은 사회적 시선을 환기하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결혼을 통해 어떤 가족의 지위가 드러나기도 하고, 결혼식장에서 진행되는 의례와 관행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평가기준이 된다. 5060세대는 이런 시선을 의식하며 축하 방식이나 참석여부를 고민한다. 때로는 과시적인 결혼식을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부러운 감정을 속이기 힘들다. 이때 미혼 성인 자녀를 둔 5060세대는 외부의 기준과 자신의 가치 사이에서 깊어지는 갈등의 골에 머리를 감싼다.
결혼을 둘러싼 가족 간 의견 조율의 필요성
타인의 청첩장을 매개로 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대화가 제격이다. 같은 연배들 간에,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체면 차리지 말고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동년배끼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와 같은 현실적 대화는 경쟁심을 완화하고 실질적 도움을 제공한다.
미혼의 성인 자녀를 둔 부부간의 대화는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신들의 재정 상태와 노후 준비도 등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자녀 결혼에 경제적 지원을 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하지 못한다면 자녀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갈 것인지 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필자도 이와 관련하여 자주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 사이에도 생각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아내는 우리의 노후를 생각하여 경제적 도움은 일절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비해 필자는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결혼을 계기로 증여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한다.
자녀와의 대화는 정말 중요하다. 주변의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결혼을 앞둔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눈치 게임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눈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다가는 부모와 자녀 사이가 벌어질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자녀는 은근히 경제적 지원을 바라며 여러 가지 제스처를 보내는데, 이를 모른 체하거나 칼로 무 자르듯 대놓고 거절하면 자녀의 마음엔 큰 생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가까우면서도 어려운 관계다. 특히 돈 문제가 얽히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솔직한 대화가 중요하다. 부모가 타인의 결혼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공유하면 자녀와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압박을 줄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이때 부모의 노후는 곧 자녀의 행복지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흘리는 것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계기
청첩장은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관계망, 세대의 불안, 사회구조가 종합적으로 투영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청첩장을 받는 부모는 기쁨과 축하의 감정 속에 비교와 불만, 연대와 책임감이라는 복합적 마음을 안고 있다. 이런 감정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대화해야 한다. 타인의 청첩장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처지를 한 번 더 헤아리고 축복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장
건강소식 2025년 11월호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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