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처벌 경고와 ‘실실 웃음’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5년 11월 21일(금) 13:42 |
19일 영암 송전선로 주민설명회. 한전은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대책위가 항의하며 퇴장하자 설명회장엔 주민 1명과 언론만 남았다. 밖에선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울분을 토하는 주민들을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는 한전 직원들이 목격됐다. 송전선의 필요성을 떠나, 공기업이 주민을 어떻게 보는지 묻게 되는 장면이다.
형식상 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 없는 설명회로 정당성을 말할 순 없다. 공공사업에 대한 항의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공기업이 먼저 꺼낼 것은 형법이 아니라 설득이다. 형사처벌을 들먹이는 순간, 주민은 협의 대상이 아닌 통제 대상이 된다.
“귀농해서 집 짓고 살았는데 머리 위로 345kV 송전선이 지나간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주민의 절규. 이를 지켜보며 웃은 한전 직원들. 국민의 절박함을 구경거리로 여긴 셈이다. 현장의 표정 하나가 ‘국가의 태도’로 읽힌다는 걸 한전은 알아야 한다.
사업 논리도 흔들린다. 원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이 목적이었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연계, 데이터센터, 전력망 안정을 거론한다. 언제 어떻게 명분이 바뀌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상황 따라 명분만 바꾼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주민들이 한전 본사 봉쇄와 대통령실 방문을 예고한 건 불신이 쌓인 결과다. 2년간 은밀히 진행된 입지선정, 주민이 뽑지 않은 입선위, 부풀려진 소통 실적, 형사처벌 위협과 조롱. 보상금 인상이나 부분 지중화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한전과 정부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형법 동원을 멈추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협의체가 시작이다. 송전선 위치는 기술의 문제지만, 그 아래 살 사람들을 대하는 건 민주주의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건 처벌 위협이 아니라 주권자에 대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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