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항암제 결합 치료제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1월 28일(금) 14:09

최근 유방암 치료에 돌풍을 일으키는 항암제가 있다. 엔허투(Enhertu)다. 이 약물은 유방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말기 암환자의 수명을 늘려주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암제 엔허투는 전이된 유방암에서 유방암 호르몬수용체인 허투(HER2) 양성환자 치료 효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항체-약물 중합체(ADC)이다.

유방암의 운명은 몸속 호르몬수용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방암 세포는 호르몬수용체가 있는 암과 없는 암으로 나뉘는데, 전체 유방암환자의 70% 정도가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다. 이런 유방암은 유방암 세포 안에 호르몬수용체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증식이 촉진되는 암세포라는 뜻이다. 난소에서 분비한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이 유방암 세포 안의 호르몬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세포를 계속 성장시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기에 암을 키우는 해당 수용체를 차단해야 암을 잡을 수 있다. 유방암이 어떤 호르몬수용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지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공격할 타깃이 있다는 것은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개 폐경 후 유방암에 걸린 환자가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경우 치료 효과가 좋다.

암 치료에 이상적인 형태 항체-약물 중합체(ADC)

엔허투는 특히 허투(HER2)라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과발현되는 HER2 수용체를 타깃으로 공격하는데, 그 방식이 혁신적이다. 항체-약물 중합체, 이른바 ADC(Antibody-Drug Conjugates)를 이용한다. 통상의 항암제 원리는 정상세포와 암세포 구분 없이 암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모두 죽인다.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도 희생되기에 전신 독성과 세포 독성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고자 개발한 게 항체-약물 중합체(ADC)다. 강력한 살상 능력을 가진 항암제와 암세포만 찾아가 달라붙은 단일 클론 항체를 결합한 것으로, 암 치료에 이상적인 형태를 지닌 셈이다. 이 약물은 한쪽 팔에는 타깃에 달라붙은 항체, 다른 쪽 팔에는 타깃을 공격할 무기를 쥐고 있는 구조다. 전쟁으로 치면 타격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미사일에 강력한 폭탄을 장착한 꼴이다. 암과의 전쟁에서 암세포만 공격하고 주변의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항체-약물 중합체의 의학적인 원리는 이렇다. 암세포는 특정항원을 발현시킨다. 그곳과 맞물릴 수 있는 단일 항체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암세포를 파괴하는 항암제를 탑재한다. 이를 체내에 주입하면 항체가 암세포에 달라붙는다. 암세포는 항체안에 항암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항체를 받아들인다.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 항체는 세포가 외부 물질을 처리하는 리소좀으로 들어가 항암제를 투하한다. 암세포는 항암제 독성으로 손상되어 사멸하게 된다. 항암제가 ‘트로이 목마’ 속 그리스 군인인 셈이다. 항체는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설계돼 있어 정상세포는 손상되지 않는다.


미래 항암 치료, 꿈이 현실로

유방암 치료에 등장한 엔허투는 전이성 유방암을 앓는 환자에서 질병 진행을 확실히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치료를 포기했던 말기암 환자들이 이 약물을 투여해 삶을 연장하고 있다. 새로운 약물이 등장해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은 항암 치료 부문에서 엄청난 성과로 인정한다.

요즘 암 연구 전문가와 글로벌 제약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항체-약물 접합체다. 임상시험 중인 것만 해도 80여 종에 이르며, 타깃 암도 악성림프종, 백혈병, 위암, 다발성골수종 등 다양하다.

항체-약물 중합체의 강점은 항체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암세포의 타깃 역할을 하는 항원을 점점 많이 찾아내고, 여기에 특화해 항체를 붙이는 기술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항암제와 항체를 붙이는 결합 기술도 안정화되어, 약물 투여 강도와 효과를 가늠하기 쉬워졌다.

미래 항암 치료를 위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암 치료는 이렇게 이뤄진다. 먼저 무슨 암인지 파악하고, 항원을 찾는다. 항원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항체를 찾는다. 이어서 그 암에 잘 듣는 항암제를 항체에 붙인다. 그렇게 만든 항체-약물 결합체를 환자에게 투여한다. 그러면 정상세포는 보호되면서 암세포만 사라진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전망이다. 이제는 항체와 항암제의 다양한 맞춤형 조합이 등장할 것이다. 부작용은 아주 적고, 효과는 매우 큰 항암 치료, 그 꿈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건강소식 2025년 11월호 中 발췌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이 기사는 영암열린신문 홈페이지(www.openmedia.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openmedia.co.kr/article.php?aid=3361641136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9일 0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