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레미콘 사망사고, 농어촌公 “공사장 밖”이면 책임 없나

3일, 마을회관 앞서 80대 주민 레미콘에 치여 숨져
영암농어촌公 “공사장 밖이라 책임 없다” 선 그어
법령은 ‘공사장 주변’까지 교통안전관리 의무 명시
경찰, 발주처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여부 검토中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1월 28일(금) 14:45

서호면 마을회관 앞에서 발생한 레미콘 사망사고를 두고, 발주처인 한국농어촌공사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사고 지점이 공사장 밖”이라며 책임을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령은 공사장 ‘주변’까지 교통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난 사고

사고는 11월 3일 오전 10시 17분께 서호면 한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발생했다. 80대 주민 B씨는 마을회관 앞에서 나락을 말리다 잠시 쪼그려 앉아 쉬고 있던 중, 인근 용배수로 공사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하고 나오던 25톤급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 A씨(58)는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가 약 2시간 뒤 영암지역 레미콘 공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레미콘 차량은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발주한 ‘서호6지구 용배수로 수리시설개보수사업’ 현장을 오가던 차량이다. 공사 자체는 민간 건설사가 맡고, 현장 시공과 레미콘 투입에는 또 다른 하청업체들이 참여하는 구조다. 민간업체들의 과실 여부와 별개로, 발주처인 농어촌공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어촌공사 “공사장 밖이라 책임 없다”

목포MBC는 25일 후속 보도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공사 현장 진출입로에서 약 40m 떨어진 마을회관 인근 공터였고, 사고 당시 이 구간에는 신호수(교통 안내원)가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안전관리 책임자를 포함한 공사 관계자 5명이 레미콘 차량이 진출입로를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현장을 떠난 정황도 보도됐다.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관계자는 이 방송에서 “현장에서의 안전은 공사의 책임이지만, 진입하고 하차해서 나오는 것은 레미콘 기사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약하면, 공사장 내부는 공사 측 책임이고 공사장 밖은 레미콘 기사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유족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사 차량이 자주 드나드는 마을회관 앞 공터를 주민들이 평소 통행로와 농작물 건조장으로 사용해 왔는데도, 공사 측이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사장 안과 밖을 인위적으로 잘라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목포MBC 유튜브 갈무리]


법령은 ‘공사장 주변 교통소통대책’ 요구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농어촌공사의 설명과 온도 차가 드러난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 별표7 ‘총괄 안전관리계획의 수립기준’은 안전관리계획에 공사장 주변의 교통소통대책과 현장차량 운행계획, 교통 안내원 배치계획을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같은 시행규칙 제60조는 공사 시행에 필요한 신호수 배치비용을 발주자가 공사금액에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령은 공사장 내부만이 아니라, 공사로 인해 영향을 받는 주변 구간까지 포함해 교통안전관리를 계획하고 수행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이 조항들에 비춰 보면, 이번 사고에서 쟁점은 단순하다. 서호6지구 공사의 안전관리·교통처리계획에 마을회관 앞 공터와 공사 차량 동선이 포함돼 있었는지, 포함돼 있었다면 신호수와 안전시설을 어떻게 배치하기로 했는지, 발주처인 농어촌공사가 이런 계획의 수립과 이행 상황을 실제로 어떻게 점검해 왔는지가 관건이다.


운전자 개인 책임 넘어, 발주처 책임까지 갈까

현재까지 형사 수사의 1차 대상은 운전자 A씨다. 그러나 공사 차량이 마을 안길을 오가던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민간업체만의 문제로 볼 것인지 공공 발주처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될 것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민간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과실 여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공사 전체의 안전관리 틀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주체는 한국농어촌공사라는 점에서 발주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관련 법률 검토를 거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발주처와 공사 관계자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장 밖이면 끝인가” 남는 질문

이번 서호면 레미콘 사망사고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주민이 숨졌는데도 “공사장 밖”이라는 한마디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남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안전관리계획의 내용과 이행 실태, 그리고 발주처의 점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법적 책임의 최종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벌어진 사고인 만큼, 농어촌공사가 “공사장 밖”이라는 말을 앞세워 책임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역 사회의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27일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에 안전관리계획 수립 내용과 신호수 배치 계획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떤 질문에도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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