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이면 안전 대책도 멈춰야 하나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2월 05일(금) 15:11

서호면 마을회관 앞에서 80대 주민이 레미콘 차량에 깔려 숨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유가족은 군수에게 호소문까지 올렸지만, 발주처인 농어촌공사도 영암군도 “수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형사 책임과 행정 책임은 구별될 필요가 있다. 경찰 수사는 운전자와 관계자의 범죄 혐의를 가리는 절차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주민이 숨졌다면, 수사 결과와 별개로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발주처와 지자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수사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말이 형사 책임에 관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안전관리 책무까지 유보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아쉬운 것은 사고 5일 전 영암지사가 ‘무재해 현장’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안전보건협의체 회의를 열고 현장 중심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회의에서 무엇을 결정했는지, 공사 현장에는 어떤 조치가 이행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회의와 선언이 현장의 안전으로 이어졌는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2개월간 농어촌공사 발주 공사에서 전국적으로 4명이 숨졌다. 공사 스스로 “매뉴얼은 있는데 현장 적용이 안 된다”고 인정했다. 농식품부가 안전관리 업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앙에서는 재검토 지시가 내려왔는데, 정작 사고가 난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유가족은 군수와의 대화에 “저희는 힘이 없다. 언론을 통해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썼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주민이 숨졌는데, 유가족이 언론과 민원 게시판에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 무겁게 다가온다.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되면 된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은 수사와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 “수사 중”이라는 말 너머,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이 기사는 영암열린신문 홈페이지(www.openmedia.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openmedia.co.kr/article.php?aid=3370930739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9일 0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