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탓인가, 리더십 문제인가

영암군 종합청렴도 2년 연속 4등급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2월 26일(금) 13:06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영암군이 2년 연속 종합 4등급을 기록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평가가 민선 8기의 사실상 마지막 성적표라는 점에서 뼈아픈 결과다. 같은 날 발표된 영암군의회는 4등급에서 2등급으로 2단계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공무원 조직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왜 민선 시기마다 청렴도는 달라지는 것일까.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같은 공무원 조직, 민선마다 다른 청렴도…‘늘공’은 그대로인데, ‘어공’만 바뀌었다


2025년 평가 결과: 군청은 제자리, 의회는 약진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도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은 종합청렴도와 청렴체감도 모두 4등급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다만 청렴노력도는 4등급에서 3등급으로 1단계 상승했다.

반면 영암군의회는 종합청렴도가 4등급에서 2등급으로 2단계 급상승했다. 청렴체감도는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청렴노력도는 4등급에서 3등급으로 각각 1단계씩 올랐다. 전국 기초 군 의회 82개 중 2등급 상승을 기록한 곳은 영암군의회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했다.



민선별 청렴도 추이: 같은 조직, 다른 결과

영암군의 청렴도 변화를 민선 7기와 8기로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선 7기(2018~2022년, 전동평 군수)는 초반 4등급으로 시작했으나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개선되어 최종 2등급으로 마무리했다. 4년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 셈이다.

반면 민선 8기(2022년~현재, 우승희 군수)는 정반대 궤적을 보였다. 취임 첫해 3등급, 이듬해 2등급으로 올랐다가 2024년과 2025년 연속 4등급으로 추락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 마지막 평가인 이번 결과로, 민선 8기는 ‘4등급 2연속’이라는 성적표를 안고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늘공’과 ‘어공’: 변수는 어디에 있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을 구성하는 인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민선이 바뀌어도 자리를 지키는 일반직 공무원, 이른바 ‘늘공(늘 있는 공무원)’과 단체장과 함께 들어왔다가 함께 나가는 정무직·특별직,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영암군의 일반직 공무원 대부분은 민선 7기와 8기를 거치며 동일하게 근무해 왔다. 공무원 조직의 문화나 업무처리 방식이 단기간에 급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같은 공무원 조직인데 왜 민선 7기는 2등급으로 상승 마감하고, 민선 8기는 4등급으로 하락 마감하게 됐을까.

청렴체감도는 민원인 설문과 내부 공직자 설문으로 측정된다. 민원인들이 접촉하는 일선 창구 공무원들은 대부분 동일한데, 체감도가 민선마다 오르내린다면 결국 조직의 분위기와 방향성, 즉 리더십이 만들어내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군수를 정점으로 한 비서실, 정책보좌관 등 측근 그룹이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들이 청렴을 강조하고 실천하면 조직 전체가 따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청렴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거 공약과 현실의 괴리

우승희 군수는 2022년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전임 전동평 군수의 ‘민선 7기 2021년 내부청렴도 4등급’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전동평 후보 측은 종합청렴도가 2등급이었음에도 내부청렴도만 부각해 왜곡했다며 선관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평가에서 우승희 군수 체제의 영암군은 종합청렴도, 청렴체감도, 청렴노력도 전 부문이 4등급으로 추락했다. 전 부문에서 4등급을 기록하며 상황이 더 악화된 셈이었다. 올해의 경우 그나마 노력도가 4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지만, 종합청렴도와 체감도는 여전히 4등급에 머물렀다.

우승희 군수는 취임 초 ‘청렴도 1등급 달성’을 목표로 선언하고, 청렴 서한문 발송, 청렴 자가학습 시스템 도입, 청렴콘서트, 찾아가는 청렴교육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인접 지자체는 약진, 영암군만 제자리

영암군의 부진은 인접 지자체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전남도내 군 단위 지자체들은 전반적으로 청렴도가 상승했다.

보성군은 3년 연속 종합청렴도 1등급을 유지하며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해남군은 3등급에서 1등급으로 2단계 뛰어올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남 17개 군 중 2년 연속 4등급을 기록한 곳은 영암군이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영암군과 함께 4등급이었던 장흥군은 올해 3등급으로 탈출했다. 심지어 지난해 5등급이었던 무안군과 함평군은 2단계를 상승해 3등급에 안착했다. 영암군만 홀로 4등급에 머물러 있다.

같은 전남도 내에서, 비슷한 행정 환경과 인구 규모를 가진 지자체들이 2단계씩 뛰어오르는 동안 영암군만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렴컨설팅을 받은 기관 중 66.7%가 등급 상승을 이뤘다고 밝혔다. 전남 함평군도 컨설팅 이후 2등급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의지만 있다면 개선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군의회 상승이 시사하는 것

인접 지자체뿐 아니라 같은 청사를 쓰는 영암군의회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군의회는 2년 만에 4등급에서 2등급으로 뛰어올랐다. 군의회 역시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동일한 인력이다.

그럼에도 청렴도가 크게 개선됐다면, 의회 차원에서 청렴 의식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조직이라도 리더십과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청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암군 집행부가 제자리걸음인 것과 대조적으로, 영암군의회는 분명한 상승세를 보여줬다. 같은 지역, 같은 시기에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청렴도 향상이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청렴도 하락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에게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그들은 민선이 바뀌어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고, 민선 7기에는 2등급까지 끌어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선 8기 들어 청렴도가 하락하고 고착화된 원인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즉 군수와 그 측근들이 만들어 내는 조직 문화와 분위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접한 해남·무안·함평군이 2단계씩 상승하고, 같은 청사를 쓰는 군의회마저 2등급으로 뛰어오른 상황에서 ‘환경 탓’이나 ‘공무원 탓’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성적표가 2년 연속 4등급이라는 사실 앞에서, 영암군에는 ‘보여주기식 시책’을 넘어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출발점은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자기반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암군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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