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이행으로 증명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2월 26일(금) 13:29

미암면 환경오염 갈등이 13년 만에 첫 실질 합의를 이뤘다. 지난 23일 열린 제2차 갈등조정협의회에서 업체 측이 소각로 폐쇄와 LPG 전환을 수용했다. 연료 변경 시 주민 측과 사전 협의한다는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회의는 양측의 박수로 마무리됐다.

2012년 업체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수많은 민원과 행정처분, 폭염 속 집회와 대립을 거쳐 왔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가 12년간 이어졌다. 올해 7월에는 35도 폭염 속에 70~80대 노인들이 군청 앞에 섰다. 그 긴 세월 끝에 양측이 같은 공간에서 박수를 쳤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솔직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정말 다를까.

안타깝지만 해당 업체는 약속 파기 전력이 있다. 2023년 12월 면장 주재 간담회에서 “증설 안 하겠다”고 했다. 올해 3월에도 주민대표들 앞에서 재확인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증설 신고가 제출됐다. 1차 협의회에서 주민대표가 “사장님 말을 신뢰 못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이번엔 결이 좀 다르다. 소각로 폐쇄는 행정청에 ‘폐쇄 신고’가 접수되는 절차를 거친다. 한번 수리되면 재가동에 신규 허가가 필요하다. 단순한 구두 약속과는 무게가 다르다. 사실상 번복이 어렵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기대를 건다.

물론 아직 서면 협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발포기 악취 문제도 남아있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13년 동안 공식 대화 테이블조차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작은 진전도 진전이다.

13년을 버텨온 주민들이 있다. 민원을 넣고, 간담회에 참석하고, 약속을 받고, 배신당하고.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이들이다. 그들에게 이번만큼은 ‘혹시나’가 아닌 ‘드디어’가 되길 바란다. 박수는 쳤다. 이제 남은 것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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