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1월 02일(금) 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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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일정한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엔 모든 생활이 생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마음 역시 그래왔다. 방황할 겨를이 없었고, 설사 방황하더라도 생업이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그러나 나이 들어 생업 전선에서 물러나면 마음이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현역 시절의 생업을 대체할 노후 삶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살펴본다.
현역 시절 대부분의 삶은 생업이라는 거대한 중심축을 따라 흘러갔다. 생업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규칙적인 일상, 사회적 관계망, 성취감, 무엇보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설령 작은 방황이 찾아와도 생업이 굳건한 무게 추처럼 우리를 삶의 제자리에 되돌려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생업 전선에서 물러나면 그 굳건했던 중심축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마음은 마치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듯한 상실감과 불안감에 노출된다. 오랜 시간 삶의 나침반이자 중심축이었던 생업에서 물러난 노후에는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 새로운 항해가 펼쳐진다. 노후에는 현역 시절의 생업을 대체할,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의 포트폴리오’가 요구되는 것이다.
노후의 포트폴리오는 자기관리 시스템
현역 시절엔 생업이 우리 삶의 ‘본업 포트폴리오’였다면, 노후에 필요한 ‘삶의 포트폴리오’는 우리의 정신, 신체, 관계, 열정, 배움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능동적인 자기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현역 시절에는 생업이 자연스럽게 제공했던 목적의식, 소속감, 삶의 루틴 등을 노후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여러개의 투자상품으로 재정적 위험을 관리하듯 노후에는 삶의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발전해나가야만 진정한 풍요로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의 포트폴리오가 재정적 위험관리 수단이었다면 노후의 포트폴리오는 삶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현역 시절에 생업이 제공했던 것은 돈만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었다. 은퇴는 이 거대한 틀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주어진 무한한 자유는 축복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허무함과 무기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삶의 포트폴리오’를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여생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깊이 있게 성찰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현역 시절의 포트폴리오가 ‘업무역량’과 ‘재정적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노후의 포트폴리오는 ‘내적 만족’, ‘사회적 기여’, ‘지속적인 성장’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노후에는 더는 누군가에게 고용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다양성과 균형을 바탕으로 설계
노후의 삶을 풍요롭게 채울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은 ‘다양성’과 ‘균형’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듯, 우리의 삶도 한두 가지 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다채롭게 채워나가야 한다. 다음은 노후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① 자기 성찰을 통한 핵심 가치의 발견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노년에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가? 과거에 즐겼지만 생업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취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자신의 본질적인 욕구와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② 다섯 가지 핵심 영역에 투자하기
삶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다섯 가지 핵심 영역으로 나누어 균형있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건강 포트폴리오’다. 모든 활동의 기반은 건강이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물론 명상, 취미활동,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한 정신건강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학습·성장 포트폴리오’다. 은퇴는 배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활동은 뇌를 활성화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셋째는 ‘사회관계 포트폴리오’다. 생업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기 쉽다. 가족과의 유대 강화는 물론 친구 모임,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해야 한다. 넷째는 ‘재능나눔 및 봉사 포트폴리오’다. 은퇴 후에도 경력을 살려 재능 기부를 하거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을 쓸모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준다. 다섯째는 ‘여가·문화 포트폴리오’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삶의 지평을 넓히고 활력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③ 계획하고, 실행하고, 유연하게 수정하기
포트폴리오 구축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획하고 실행하며 수정해나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매일 30분 걷기,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주 1회 봉사활동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삶의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들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재구성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맹자의 말처럼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일정한 마음이 생기듯, 노후에는 스스로 구축한 ‘삶의 포트폴리오’가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 매고, 흔들림 없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나는 삶,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은 유대를 나누고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삶. 이러한 다채로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우리는 현역 시절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노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나만의 멋진 삶의 포트폴리오를 펼쳐 보일 절호의 기회이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장
건강소식 2025년 12월호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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