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만들었는데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1월 02일(금) 13:11

신년 인사에서 기술직 서기관 승진자가 없었다. 농업경제국장 후임은 행정직이 맡았다. 4명의 국장 중 기술직은 1명만 남았는데, 6월이면 그마저 자리를 비운다. 국장제 도입 3년도 채 안 돼 기술직 국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영암군은 2023년 3국 체제로 국장제를 도입했고, 이듬해 4국으로 확대했다. 도내 다른 지자체들이 국장제를 재검토하거나 축소할 때 영암군은 오히려 늘렸다. 그러나 정작 ‘누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인가’는 검토하지 않은 듯하다. 베이비부머 퇴직은 예견된 일이었고, 서기관 승진에 사무관 4년 경과가 필요하다는 규정도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자리는 만들었는데 앉힐 사람이 없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행정직이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안전건설환경국은 건설·도시·환경을, 농업경제국은 농업·축산·산림을 관장한다.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결재가 수시로 올라온다. 최종 결재권자가 비전문가라면 실무자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장이 있어도 사실상 과장 전결이 되는 구조다. 결재 라인만 늘린 꼴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직 사기 문제도 있다. 아무리 오래 근무해도 국장까지 올라갈 수 없다면 유능한 인력은 떠난다. 이미 시설직 경력채용에 지원자가 미달됐다. 채용이 안 되니 승진 대상자가 없고, 승진 천장이 보이니 남은 인력마저 이탈한다. 악순환이다. 이 구조를 방치한 채 국장 자리만 늘린 것은 설계 실패다.

6월 지방선거 이후 7월 인사에서는 국장 3자리를 새로 채워야 한다. 기술직 서기관 승진 대상자는 향후 2~3년간 나오기 어렵다. 국장제를 유지할지, 축소할지, 폐지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자리만 만들어 놓고 채울 사람이 없다면, 그건 제도가 아니라 짐이다. 이 상황을 만든 책임은 일선 공무원에게 있지 않다. 바뀐 것은 리더십이다. 답해야 할 사람도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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