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의회의 본연(本然), 어디로 가야 하나 공무원 정원 798명 중 의회 소속은 16명뿐 선호성·이민정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1월 09일(금) 1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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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활용 및 의정활동 강화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분석
영암군의회가 의정활동 강화 방안을 담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6개월간의 연구 끝에 나온 진단은 냉정했다. 공무원 정원 대비 의회 직원 비율이 전남 비교 지자체 중 가장 낮고, 직원 절반이 집행부 파견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의회 본연의 견제 기능 수행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기초의회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외국인 주민 급증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의회에 요구되는 정책 역량은 높아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조직 기반은 취약하다.
영암군의회가 마주한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고, 지역 주민을 대의하는 기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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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직 비율 2.0%, 전남 비교 지자체 중 ‘최저’
영암군의회 의정 역량강화 연구회는 지난해 6월 구성돼 12월까지 6개월간 활동했다. 정운갑 부의장을 대표로 고천수 경제건설위원장(간사), 정선희·이만진·강찬원·박영배·고화자 의원 등 7명이 참여했다. 연구용역은 주식회사 굽은소나무가 수행했으며, 공무원 및 관련 분야 전문가 70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설문조사를 2차례 실시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136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현황 진단의 핵심은 ‘양적 열세’다.
영암군의회 사무과 조례상 정원은 16명이다. 영암군 전체 공무원 정원 798명 대비 2.0%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이 비율이 전남 내 비교 지자체 중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강진군 3.1%, 구례군 2.8%, 담양군 2.7%, 고흥군 2.5%, 해남군 2.4%, 영광군·곡성군 2.3% 순으로, 영암군은 이들 지자체에 모두 뒤처진다.
절대적인 정원 규모도 문제다. 영암군 인구는 2024년 기준 51,391명으로, 외국인을 포함하면 61,064명에 이른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고흥군(62,506명)은 의회 직원 정원이 22명, 해남군(65,377명)은 21명이다. 영암군의회 16명은 인구 규모가 훨씬 작은 구례군(25,646명)이나 곡성군(27,19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의원 정수도 마찬가지다. 영암군의회 의원은 8명으로, 고흥군 12명, 해남군 11명에 비해 적다. 오히려 인구가 훨씬 적은 강진군(34,417명), 담양군(47,121명)과 같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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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직 전원이 파견직…“전문성 축적에 장애”
양적 열세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인력 구성의 질적 문제다.
영암군의회 사무과 조례상 정원은 16명이지만, 2025년 7월 기준 현원은 14명이었다. 이 중 의회 소속은 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명은 집행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다. 이후 10월 2명을 추가 채용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직급별 구성이다. 5급(과장·전문위원급) 3명이 전원 파견직이다. 의회사무과장, 전문위원 등 핵심 간부직이 모두 집행부 소속인 셈이다. 의회 자체 소속은 대부분 6급 이하 실무직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이 구조가 의회 고유의 전문성을 축적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분석했다. 파견 공무원은 일정 기간 후 집행부로 복귀할 것을 전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의정 지원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쌓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회의 본질적 기능과의 충돌이다.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의회 직원의 절반이 집행부 소속이고,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간부진이 전원 집행부 파견이라면 소신 있는 의정 지원 업무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집행부 파견 인력 의존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의회 소속 인력 중심의 조직 운영으로 전환해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책지원관 제도 역시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도입된 정책지원관은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둘 수 있다. 영암군의회는 법정 정원 4명 전원을 채용·배치했으나, 여기에도 파견직이 포함되어 있다.
전남 22개 시군의회 전체로 보면 정책지원관 정원 117명 중 현원은 103명으로 14명이 결원이다. 채용 형태는 임기제 45명, 일반직(파견 포함) 58명으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현장에서는 일반 행정인력 충원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권은 있으나 조직권·예산권은 없다”
영암군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2022년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부여했다. 오랜 숙원이던 인사권 독립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을 설계하고 정원을 결정하는 ‘조직권’, 이를 운영할 재원을 편성하는 ‘예산편성권’은 여전히 집행부에 귀속되어 있다.
의장이 직원을 임명할 수는 있어도, 기구를 신설하거나 인력을 증원하려면 집행부의 협조를 얻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인건비 예산편성권도 집행부에 있다. 보고서는 이를 “인사권만 있고 조직권과 예산권은 없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기준인건비 제도’ 하에서 의회의 인력 증원은 집행부의 인력 운용 계획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와 조직 운영을 위해 집행부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사이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의회 직원의 직급이 집행부보다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의회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방대한 조직과 정보를 가진 집행부를 상대로 대등한 위치에서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실질적인 장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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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위기 속 정책 수요는 증가
의회에 요구되는 역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영암군의 인구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4년 기준 51,391명으로, 더 심각한 것은 인구 구조의 질적 변화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20년 25%에서 2024년 30.4%로 급증해 이미 초고령사회에 깊숙이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은 0.90명으로 자연적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외국인 주민은 약 1만 명으로 전남에서 가장 많다. 대불국가산업단지 등의 영향이다. 재정자립도는 12.69%에 불과해 군 살림의 87% 이상을 중앙정부 교부세나 국도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구학적·재정적 변화가 의회의 정책 수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도로 건설 등 SOC 중심의 예산 심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노인 돌봄 시스템 구축, 의료 접근성 강화, 청년 유입을 위한 일자리 창출, 외국인 주민과의 사회 통합 등 복합적이고 고난도의 정책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재정자립도는 의회의 예산 심의 기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한정된 자체 재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고,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매칭되는 군비 부담이 장기적으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단순한 지출 감시를 넘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적인 재정분석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설문조사 결과 “전문성 강화가 가장 시급”
연구용역 과정에서 실시한 델파이 설문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공무원 및 관련 분야 전문가 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정활동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의원 개인의 전문성 향상’이 꼽혔다(10점 만점에 8.73점). 다음으로 ‘지방의회의 행·재정적 독립성 확보’(8.33점), ‘정책지원관의 실무적 지원’(8.32점) 순이었다.
정책지원관에게 필요한 역량으로는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8.82점으로 가장 높았다. 지방의회의 본질적 기능인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 전문성이 필수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주목할 것은 ‘현재 수준’과 ‘시급성’ 간의 격차 분석이다. 전문성 영역에서 현재 수준은 5점 만점에 2.70점, 시급성은 4.13점으로 1.43점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모든 영역 중 가장 큰 차이로, 현재의 인력 구조와 역량이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책지원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도출됐다. 응답자들은 기본적인 ‘보좌 기능’을 전제로 하면서도, ‘연구 기능’과 ‘제안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책지원관이 단순한 자료 정리를 넘어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조례를 입안하는 능동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인력 확보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타났다. 시급성과 실현가능성 간 격차가 ‘전문인력 확보’ 항목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구인난 등으로 쉽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4대 핵심과제와 추진방안
보고서는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4대 핵심과제를 도출했다.
첫째, 인력 확충이다. 현재 2.0%에 불과한 의회직원 비율을 인근 지자체 평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집행부 파견 인력을 단계적으로 의회 소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원 정수도 현행 8명에서 10명 이상으로 확대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행정서비스 대상인구와 산업단지 특수성을 반영하면 현행 정수는 과소 산정된 측면이 있다는 논리다.
둘째, 전문성 강화다. 단순 교양이나 이론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영암군의 현안을 주제로 한 ‘문제 해결형’ 직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지원관 채용 시에도 단순 행정 경력보다 법률 지식, 연구 경험, 혁신과제 발굴 역량 보유자를 우선 채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계·법조계·연구기관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정자문단’을 운영해 복잡한 현안에 대해 상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도 권고됐다.
셋째, 운영 효율화다. 정책지원관·전문위원·사무직원 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위원은 위원회 차원의 안건 검토와 의사진행 보좌를, 정책지원관은 개별 의원의 조례 발의와 정책 개발 지원을, 사무직원은 일반 행정 사무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치 방식으로는 ‘이원화 체계’가 권고됐다. 인사·복무 관리는 정책지원팀 단위로 통합 운영하되, 실제 의정 지원 업무는 의원 2인당 정책지원관 1인을 전담 배치하는 ‘의원전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특정 분야의 심도 있는 지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정책지원관들의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는 TF팀 체제를 유연하게 운영할 것도 함께 제시됐다.
넷째, 제도적 개선이다. 인사권 외에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군의회의장협의회와 연대하여 지방자치법 재개정을 지속 건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회사무과를 의회사무국으로 승격해 4급 직급을 확보하고, 좁은 조직 내 승진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전라남도의회 및 타 시군 의회와의 광역 단위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과제
보고서가 제시한 방향성에는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 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의원 정수 확대는 공직선거법상 획정 기준 변경이 전제되어야 하고, 추가 예산 소요와 주민 여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회직 정원 확대나 조직권·예산권 확보 역시 집행부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준인건비 제도 하에서 의회 인력 증원이 집행부 인력 운용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도 여전하다.
결국 제도 개선은 장기 과제로 두더라도, 의회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착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운영 효율화를 통해 한정된 인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기존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그것이다.
보고서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제도 개선과 인력·운영 혁신을 병행하여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군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책 중심·연구 중심 의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의회는 왜 중요한가
지방의회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기관이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 지역 단위에서 작동하는 현장이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의회 다수가 같은 정치세력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정치적 긴장에 의한 견제보다 제도적·시스템적 견제 장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조직과 인력이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춰야 정치적 동기와 무관하게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초의회는 “거수기” “식물의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전문성 부족, 집행부 의존적 구조, 주민 관심 저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시도였다.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영암군의회가 마주한 과제는 전국 기초의회가 공유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용역이 제시한 진단과 방향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의회의 역량 강화는 결국 주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며, 한정된 재원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것. 그것이 의회 존재의 이유다.
선호성·이민정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