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군수 규탄’ 현수막 불허…“근거 조항 제시 못 해” 담당 공무원 “법에 명시 안 돼…내부 판단”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1월 09일(금) 14:26 |
![]() ▲ 지난 12월 영암군농민회가 간척지 태양광 정책에 반대하며 게시한 ‘영암군·영암군의회 규탄’ 현수막. 군은 이를 ‘불법 광고물’로 판단해 철거했다. |
영암군이 농민단체의 ‘우승희 군수 규탄’ 현수막 게시를 불허하면서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공무원은 본지 취재에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철거 후 게시대 신청도 거부
영암군농민회는 지난해 12월 24일 간척지 태양광 사업에 반대하며 ‘우승희 군수 규탄’ 현수막을 군 관내에 게시했다. 이튿날인 25일 군은 해당 현수막을 ‘불법 광고물’로 판단해 철거했다.
농민회는 이후 정식 절차를 밟아 지정게시대에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같은달 29일 허가를 신청했다. 군은 2건의 신청 중 ‘영암군·군의회 규탄’처럼 실명이 없는 현수막은 허가했으나 이내 철거했고, ‘우승희 군수’ 등 실명이 포함된 현수막은 아예 불허했다.
“법에 명시 안 돼…내부 판단했다”
본지 취재 결과, 군은 불허 결정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옥외광고물법을 근거로 했다”면서도 “법에 딱 명시되어 있지 않다. 두리뭉실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방선거 국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불허했다”며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은 ‘선거 영향’을 판단하면서 정작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암군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에 “영암군으로부터 해당 현수막에 대한 질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반면 선관위는 농민회의 질의에 대해 “정책 비판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며, 선거일 전 120일부터 적용되는 제한 규정도 현 시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농민회는 “다른 불법 현수막은 두고 군수 규탄 현수막만 선별 철거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24일 3장에 대해서는 먼저 철거된 사실이 있다”며 “그 부분은 인정한다. 잘못됐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책 비판은 표현의 자유 영역
해당 현수막의 내용은 간척지 태양광 사업 등 군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이 아닌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으로, 이를 ‘비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12월 유사 사례에서 명확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해당 결정(23진정0752200)에서 “공직자 비판 과정에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되더라도 현저히 상당성을 잃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 제한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은 “정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적 기관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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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결정에서 인권위는 ‘군수 사퇴’ 요구 현수막에 대해 “옥외광고물법 제5조 제2항 각호에 따라 금지되는 내용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년 반 만에 같은 논란
영암군의 ‘군수 규탄’ 현수막 철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7월에도 동일한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군은 비료 보조금 삭감에 반발한 농민회의 ‘우승희 군수 규탄’ 현수막을 철거했고, 집회 신고 후 적법하게 게시한 현수막까지 철거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군은 철거 사유로 처음에는 “미관상 문제”를 들었다가 이후 “불법 현수막 일괄 단속”으로 입장을 바꿨다. 1년 반이 지났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영암군농민회 관계자는 “단순히 현수막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해도 규탄하는 판에 군수 이름 석 자 들어갔다고 철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농민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