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의사를 살 수 있다는 착각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1월 09일(금) 14:35

월 400만 원이 안 되니 1,600만 원을 내걸었다. 4배를 올렸다. 그래도 의사는 오지 않았다. 영암군보건소 시니어 의사 채용 이야기다. 지난해 세 차례 공고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뒤, 올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1차 모집은 또 부진했다.

그럼 얼마를 줘야 오겠는가. 2,000만 원? 3,000만 원? 끝이 없다. 수도권과 급여 경쟁을 벌여서는 지방이 이길 수 없다. 재정자립도 10%대의 농어촌 군이 서울의 요양병원과 돈으로 겨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학연금을 받던 교수 출신 의사는 보건소에 취직하면 연금이 끊긴다. 쉬면 470만 원 받는데 일하면 300만 원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일할수록 손해다. 교통은 불편하고 편의시설은 없다. 의사 본인이 아파도 갈 병원이 마땅치 않다. 이런 환경에서 급여 몇 백만 원 더 준다고 삶의 질이 바뀌지 않는다.

진도군이 이를 증명했다. 지난해 전남에서 유일하게 시니어 의사를 채용했지만, 그 의사는 3개월 만에 떠났다. 돈을 줘서 데려올 수는 있어도, 돈으로 붙잡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의 접근법이다. 지자체에 돈을 쥐여주고 “알아서 구하라”는 식이다. 지자체는 급여를 높이고 공고를 반복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전남 6개 사업 대상지 중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없다. 돈으로 때우려는 땜질 처방의 필연적 결과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지방 의료 인력 부족은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로 풀어야 할 문제다. 연금 중단 같은 제도적 모순부터 손봐야 한다.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고 정착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의대 설립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인 사이, 지방 의료는 무너지고 있다.

영암군 읍·면 11곳 중 4곳에는 의원도 약국도 없다.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물음에 답할 책임은 지자체가 아니라 국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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