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과장이 그렇게 만만한 자리였던가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1월 30일(금) 09:41 |
청렴도 4등급, 민원서비스 최하위. 영암군이 2년 연속 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다 사람 사는 거고, 조직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마디는 해야겠다. 실과장들 말이다.
5급이면 적어도 이십 년은 굴러온 사람들이다. 세상 물정 모를 리 없고,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오밤중에 현수막 떼러 사람을 보내고, 자기 과 예산 깎는 데 앞장서고, 될 것 같지도 않은 업체와 축제 계약을 맺는다. RE100이니 광주전남 통합이니, 말이 나오면 검토보다 행사가 먼저다. 농정대전환이라는데 내용은 없고 판만 벌어진다. 생활인구 늘린다며 축제, 실적 올린다며 영암몰에 돈 쏟고, 군정 홍보가 어느새 군수 홍보가 되어 있다. 알 수 없는 건물이 올라가면 앞장서고, 누구를 빼라 하면 빼고, 군수 뒤를 병풍처럼 따라다닌다.
이십 년 굴러온 사람들이 몰라서 그랬겠는가.
알면서 그런 거다. 아는데 어쩔 수 없었던 거라 여긴다. 윗사람이 시키면 해야 하고, 분위기가 그러면 따라야 하고, 괜히 나섰다가 찍히면 손해니까. 다 이해한다. 사람 사는 게 그런거니까.
그런데 말이다.
아침마다 지시사항부터 확인해야 하는 주무관들은 뭘 보고 배우겠는가. 행사 쫓아다니고 보고서 쓰고 공모사업 신청하랴, 언제 민원을 보겠는가. 조직개편에 치여 업무 파악도 못 한 채 헤매는 사람, 그 앞에서 기다리다 지친 민원인. 과장 국장 건너뛰고 군수에게 직보하는 팀장까지.
이쯤 되면 실과장이란 자리가 뭔가 싶다.
선 하나 긋고 “이건 아닙니다”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게 어려우니까 실과장 월급을 주는 거 아닌가. 그 선을 안 지키니까 군수는 자꾸 머리만 커지고, 공직은 자꾸 무너지는 거 아닌가.
뭐, 탓해봐야 소용없다는 거 안다. 조직이란 게 그런 거라 했으니까.
다만 오밤중에 현수막 떼러 간 주무관, 축제판에 끌려다닌 공무원들한테는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 잘못 아니다. 힘내시라. 세월이 가면 과장도 바뀌고 군수도 바뀐다. 이 또한 지나간다.
근데 지나가고 나면 뭐가 남으려나. 그게 좀 걱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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