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4등급 ‘늪’, 복지는 2등급 ‘선방’

영암군 안전지수 심층진단

교통·화재·범죄 정체·하락, 자살·감염병은 등급 상승
삼호읍 인구 42% 차지, 교통사고 사망 56% 집중
도로 계획 4년째 미수립, 비상대응 매뉴얼도 없어
“찾아가는 돌봄이 살렸다…안전에도 같은 철학 필요”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1월 30일(금) 11:27

행정안전부가 지난 12일 공표한 ‘2025년 지역안전지수’에서 영암군이 교통사고·범죄 분야 2년 연속 4등급, 화재 분야는 3등급에서 4등급으로 하락했다. 반면 자살·감염병 분야는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하고, 생활안전 분야는 2등급을 유지했다. <영암열린신문>이 지난해 2월 보도한 ‘교통문화지수·교통안전지수 최하위’에 이어 안전 분야 부진이 또다시 확인된 가운데,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찾아가는 행정’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군 인구의 42%가 집중된 삼호읍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의 56%가 발생하는 등 대불산단 배후지역의 구조적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6개 분야 중 3개 ‘4등급’…전남 평균과도 엇갈려

지역안전지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의10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매년 공표하는 지표다.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의 안전수준을 1~5등급으로 평가하며,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 유사한 지역 특성(시·군·구)끼리 상대평가하는 방식이다.

영암군의 2025년 평가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자살과 감염병 분야는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하며 전남도 평균을 웃돌았다. 생활안전도 2등급을 유지했다. 반면 교통사고와 범죄는 2년 연속 4등급에 머물렀고, 화재는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오히려 추락했다.

전남도와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도 눈에 띈다. 전남도는 범죄 분야에서 세종과 함께 전국 1등급을 받았지만, 영암군은 4등급이다. 반대로 전남도가 5등급을 받은 교통사고·화재·감염병 분야에서 영암군은 4등급 또는 2등급으로, 도 평균보다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영암군의 인구 구조는 이러한 안전 지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총인구는 약 5만 69명(2025년 12월 기준)으로 5만 명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고령화율은 39%로 전남 평균(27.18%)보다 12%p 높다. 특히 외국인 비율은 약 19%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주민 5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56%, 삼호읍에 몰렸다

영암군의 교통안전은 어느 지표로 봐도 최하위권이다. 본지가 지난해 2월 보도한 바와 같이,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교통안전지수에서 영암군은 73.08점으로 전국 80개 군 단위 지자체 중 최하위(E등급)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의 교통문화지수에서도 75.19점으로 전국 70위에 그쳤다. 이번 지역안전지수에서도 4등급 정체를 면치 못하면서, 서로 다른 기관에서 발표하는 교통 관련 3개 지표 모두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사망사고의 지역적 집중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영암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52명 중 29명(55.7%)이 삼호읍에서 발생했다. 군 전체 인구의 42%가 삼호읍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망사고 비율이 인구 비율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대불산단 배후지역인 삼호읍 교통사고의 특징은 산단 내 교차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교차로 사고 비율은 56.2%에 달하며, 특히 측면충돌 사망률은 36.8%로 전남 평균(17.6%)의 2배에 이른다.

구조적 원인은 산단 도로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대불산단에서는 선박 블록을 운송하는 초대형 트랜스포터가 수시로 통행한다. 이 때문에 신호등, 가로등, 중앙분리대 설치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넓고 직선화된 도로는 오히려 신호위반과 과속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장벽으로 인한 교통법규 숙지 미흡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지적된다.

행정 공백도 드러났다. 본지가 지난해 보도한 전남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법정 의무인 ‘도로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2024년 상반기 포트홀 발생 건수는 256건으로, 전년 동기(117건) 대비 118.8% 급증했다. 이는 전남 평균 증가율(5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영암군도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사고 다발 교차로에 신호등 1개, 단속카메라 2대를 신규 설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삼호 나불1삼거리, 영암2교차로, 휴스틸사거리 등의 도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4년간 누적된 행정 공백과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 건수 줄었지만 등급 하락…인명피해 증가

화재 분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여준다. 2024년 영암군 화재 발생 건수는 127건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최근 6년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역안전지수는 3등급에서 4등급으로 하락했다. 원인은 인명피해 증가에 있다.

2024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명, 부상 5명을 기록했다. 빌라 주택 화재 사망사고 등 생활 밀접 공간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건수는 줄었지만 한 번 불이 나면 인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비한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 전남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은 다중이용시설 위기상황 매뉴얼에 따른 비상 실행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축제 등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해서도 재해 대처 계획이 미비했다.

영암군의 화재 취약성은 구조적이기도 하다. 농촌 지역에는 노후주택이 다수 분포해 있고, 대불산단 내 공장들은 상시적인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화재 건수가 줄었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한편, 2024년 삼호읍에서는 방화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이는 범죄 영역에 해당하지만, 다중이용시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범죄, 전남 1등급 속 영암만 4등급 ‘이탈’

범죄 분야의 결과는 더욱 눈길을 끈다. 전남도 전체는 세종과 함께 범죄 분야 전국 1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영암군만 4등급에 머물렀다. 도내에서 사실상 ‘이탈자’ 신세인 것이다.

배경에는 삼호읍의 특수한 인구 구조가 있다. 이 지역에는 등록 외국인만 1만 425명(2025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비율은 전국 1위다. 국적별로는 베트남(27.84%), 인도네시아(8.47%), 중국계(8%), 네팔(6.94%) 순이다. 대부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대불산단과 HD현대삼호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밀집이 곧 치안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무부 이민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영암군의 이민자 수용도는 77%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주민을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수용한다’는 응답률이 제주도(40.9%)의 약 2배에 달한다. 영암군은 2023년 범죄예방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삼호읍 외국인 집중거주지의 폐가·방치차량 등 안전취약 요소를 일제 점검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치안 수요에 비해 물리적 인프라 투자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CTV 확충,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적용 등 실질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경찰 인력 대비 치안 수요 분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살 2등급 상승…‘생명존중안심마을’이 지켜냈다

안전 분야와 달리 복지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 자살 분야는 영암군이 가장 큰 개선을 보인 영역이다.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했다. 전남도 전체가 4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성공의 핵심에는 ‘생명존중안심마을’ 사업이 있었다. 영암군은 보건복지부 ‘2024년 생명존중안심마을’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국비 1,000만 원을 확보한 바가 있다. 전남에선 유일했다.

영암군은 영암읍·삼호읍·시종면·금정면 등 4개 읍·면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43개 유관기관과 협약을 맺고 자살 위험이 있는 주민을 발굴해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지역 맞춤형 예방 활동을 펼쳤다. 성과도 구체적이다. 생명지킴이 교육에 1,381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자살예방 캠페인을 26차례 실시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 45명을 발굴해 전문 상담 및 치료 기관에 연계했다.

‘찾아가는 정신건강 상담실’ 운영도 효과를 거뒀다.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직접 찾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상담 서비스가 마을로 찾아갔다. 상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고위험군 조기 발견과 개입이 가능해졌다. 2022년부터는 현대삼호중공업 근로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사업장 통합건강증진사업’과 연계한 생명사랑 캠페인도 전개했다.

밀착형 돌봄 서비스도 자살 예방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찾아가는 기찬빨래방’은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빨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안부를 확인한다.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시스템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사회적 고립을 막고,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역할을 했다.

영암군은 올해부터 생명존중안심마을 사업 지역을 6개 읍·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과제는 여전하다. 영암군의 고령화율은 39%로 전남 평균보다 12%p 높다. 농촌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돌봄 서비스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감염병 2등급 상승…코로나 경험이 자산 됐다

감염병 분야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했다. 전남도 전체가 5등급(전국 최하위)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영암군은 2024년 전남도 감염병 예방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이 자산이 됐다. 영암군은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한 방역 역량을 상시 체계로 전환했다.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찾아가는 접종’도 효과를 냈다. 마을별 예방접종 순회팀이 가동되면서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접종률이 높아졌다. 보건소 1개소와 보건지소 10개소가 군 전역에 분포해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려 요인도 있다. 영암군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치료 병상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의 방역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생활안전 2등급 유지…119 거점 배치 효과

생활안전 분야는 2등급을 유지했다. 전남도 평균(3등급)보다 우수한 성적이다.

119 구급 체계 효율화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영암군은 삼호읍 등 인구밀집 지역에 구급대를 거점 배치해 출동 시간을 단축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재난약자 안전돌봄망도 가동 중이다.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수시로 확인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폭염, 한파 등 재난 상황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관공서와 마을회관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확충됐다. 안전신문고 신고도 활성화되면서 주민 참여형 안전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을 단위 응급처치 교육도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4년에는 일가족 일산화탄소 중독사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농기계 사고, 고령자 낙상사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취약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종합 진단: 복지는 성공, 안전은 왜 실패했나

영암군 지역안전지수의 핵심은 “복지 분야 성공과 안전 분야 실패의 원인 차이”로 요약된다.

복지 분야(자살·감염병·생활안전)에서는 ‘찾아가는 행정’이 현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등급이 상승하거나 유지됐다. 상담실이 주민을 찾아가고, 접종팀이 마을로 나가고, 구급대가 인구밀집 지역에 거점 배치됐다. 현장의 필요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반면 안전 분야(교통·화재·범죄)에서는 기본적인 행정 의무조차 이행되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법정 의무인 도로 유지보수 계획이 미수립됐다. 다중이용시설 비상 실행 계획, 지역 축제 재해 대처 계획도 갖춰지지 않았다. 현장을 찾아가기는커녕, 책상 위의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삼호읍 집중 리스크’가 겹쳤다. 대불산단 호황으로 군 인구의 42%가 삼호읍에 몰렸고,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했다. 인구와 위험이 동시에 집중됐지만, 이에 대응하는 물리적 안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복지 분야에서는 삼호읍도 생명존중안심마을 사업 대상 지역에 포함되는 등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제: “찾아가는 행정을 안전 분야에도”

영암군의 지역안전지수는 과거 ‘산업도시의 성장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성장통을 극복하려면 복지 분야에서 성과를 낸 ‘찾아가는 행정’의 철학을 안전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즉시 추진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 4년째 미수립 상태인 도로 유지보수 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2024년 감사에서 지적된 다중이용시설 비상 실행 계획, 지역 축제 재해 대처 계획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삼호읍 사고 다발 교차로에는 신호체계 개선과 단속카메라 추가 확충이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삼호읍에 대한 안전 인프라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군 인구의 42%가 집중된 지역에 행정력과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언어별 맞춤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 CCTV, 가로등 등 범죄예방환경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영암군은 보건·복지 분야에서 ‘찾아가는 행정’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전남 유일 생명존중안심마을 우수 지자체 선정, 감염병 예방관리 최우수기관 선정이 그 증거다. 이제 그 성공 경험을 교통, 화재, 범죄 등 안전 분야로 확장할 차례다. 대불산단 호황이라는 기회를 안전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삼호읍 현장의 위험을 직시하고 기본적인 행정 의무부터 이행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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