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귀농귀촌 체험 정착자 ‘0명’…“획일적 방식, 성공률 낮다” 임시거주시설 2기 운영에도 정착 실적 없어…전국 평균도 11%대 불과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1월 30일(금) 13:53 |
![]() ▲ 영암군 군서면 모정마을에 조성된 ‘영암살래? 영암살래!’ 프로그램 체험 주택 5동. 한 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실제 정착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
영암군의회에서 귀농·귀촌 정책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 지자체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영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열린 제322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강찬원 의원은 귀농·귀촌 임시거주시설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며 “이 사업을 시행해서 우리 지역에 정착한 가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선미 인구청년과장은 “현재 2기를 운영했는데 참여자 중 정착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귀농이나 귀촌에 대한 의향이나 수요는 꽤 있다”며 “귀농인의 집 같은 경우는 토지를 매입하고 실제 거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이에 “전국 시골 지자체가 다 이런 획일적 방법을 하고 있는데 성공률이 아주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곡성군도 3기까지 200명을 교육시켰는데 거의 다 실패로 끝났다”며 “타 지자체가 했던 방법을 뒤늦게 쫓아가면 불을 보듯 뻔하다. 영암만의 특색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임시거주시설 사용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원안 가결됐다.
“정책 실효성 입증” 홍보, 그러나 프로그램 성과는 ‘0’
영암군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남 16개 시군 중 하나다. 군은 인구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영암살래’ 프로그램, 귀농인의 집, 임시거주시설 등 다양한 귀농·귀촌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군은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5년간 전입자의 37%가 귀농귀촌인으로 집계돼 영암군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37%는 전입신고 시 귀농·귀촌 목적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비율로, 군이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는 특정 프로그램을 거쳐 정착한 인원과는 성격이 다른 통계다.
실제로 임시거주시설은 2기까지 운영하고도 정착 사례가 없다는 것이 의회에서 확인됐다. 전입자 구성 비율을 보여주는 ‘37%’와 프로그램 단위 정착 실적 ‘0명’ 사이에 지표의 성격 차이가 있는 만큼, 사업별 실제 성과에 대한 별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전국 ‘살아보기’ 정착률 11~14%…성과 추적 미흡 지적도
강 의원의 지적처럼 낮은 정착률은 영암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102개 시군에서 운영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의 경우 2021년 참여 649가구 중 73가구(11.2%), 2022년 882가구 중 125가구(14.2%)만이 농촌으로 전입했다.
이마저도 ‘전입’ 기준 수치일 뿐, 전입 이후 장기 정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 추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촌 후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재이주’ 현상이 이주 초기 1~2년차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전국 89개 시군에서 550여 개의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으나, 사업별 정착 성과가 동일한 기준으로 공개·비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MBC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귀농인의 집’ 참여자 중 실제 귀농으로 이어진 인원을 별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역귀농 원인 1위는 ‘영농 실패’
귀농귀촌인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원인으로는 영농 실패, 일자리 문제, 자녀교육 등이 주로 거론된다. 농촌진흥청이 귀농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적조사에서도 영농 실패가 역귀농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귀농귀촌인 ‘유치’에 집중하는 반면, 정착 이후 영농 성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도 상당수 귀농인이 정책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홍보되는 지원 규모와 실제 수혜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진군은 정착률 70%…“9개월 체류형 교육이 핵심”
같은 전남에서 다른 결과를 내는 곳도 있다. 강진군이 운영하는 ‘체류형 귀농사관학교’는 70~82%의 정착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살아보기’ 사업 전입률의 5배를 넘는 수치다.
차이는 프로그램 설계에 있다. 강진군은 참여자가 9개월간 지역에 거주하며 영농 기초교육과 작목 실습을 받도록 했다. 선도농가 현장 견학, 지역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공동체에 융화되는 과정도 포함된다. 한두 달 살아보고 떠나는 단기 체험이 아니라, 실제 농촌 생활을 경험하고 영농 역량을 쌓은 뒤 정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6년간 운영 결과 수료생 68명 중 48명이 강진에 정착했다. 정착 후에도 ‘주작목 배움교실’, 멘토-멘티 실습교육 등 사후관리를 이어가는 점도 이탈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암군은 2025년 12월 말 기준 등록인구 5만 69명으로 5만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인구 유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강 의원이 지적한 “영암만의 특색 있는 방법”이 무엇일 수 있을지, 기존 정책의 실효성 점검과 함께 새로운 접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