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밥상’ 확산, 복지와 상권 공존의 길을 찾아야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1월 30일(금) 14:01

영암군이 삼호읍에 노인 일자리 식당 ‘기찬밥상’ 2호점을 열었다. HD현대삼호가 2억 원을 지원하고 군이 1억 원을 투입한 민관 협력 사업이다.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2024년 영암읍에 문을 연 1호점은 군비로 인건비를 지원받지만, 정규직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월 30만 원 안팎의 시간제다. 8,000원짜리 유료 식당을 운영하며 민간과 경쟁하는 구조다. 2호점은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인건비 지원이 없다. 4대 보험 정규직이라 매출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 적극 영업이 불가피하고, 주변 식당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일본은 실버인재센터의 ‘민업압박’ 논란을 40년간 겪으며 업무를 ‘임시적·단기적·경이한 업무’로 한정하고, 주 20시간·월 10일 이내로 제한해 민간과의 직접 경쟁을 완화했다. 미국은 55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를 비영리·공공기관에서만 훈련시킨다. 민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보건복지부 지침은 민간경제 침해를 ‘권고’ 수준에서 자제하라고 할 뿐이다. 상권 영향 평가 의무도, 분쟁 조정 기구도 없다. 영암군은 상권 영향 평가마저 운영 당사자인 시니어클럽에 맡겼다. 침해 여부에 상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소상공인 보호는 양립할 수 있다. 돌봄, 안전, 환경 등 민간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노인 일자리를 집중하면 두 목표가 충돌하지 않는다. 굳이 외식업이라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복지와 상권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르신 일자리도 살리고 영세 상인도 살리는 길을 찾는 것이 행정의 몫이다. ‘기찬밥상’이 그 모델이 되려면, 지금의 구조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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