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배심원제 백지화…경선 룰 논란 속 7파전

공관위 제안 나흘 만에 뒤집어져
확정 룰: 당원50%+여론조사50%
후보 간 반응 “합리적” vs “폭거”
이개호 불참, 7파전 구도·향후 변수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3월 13일(금) 13:12

더불어민주당이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배제하고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 방식으로 경선 룰을 확정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의결권 있는 배심원제를 당 지도부가 4일 만에 뒤집은 것이어서, 후보 간 반발과 이탈이 이어지며 경선 출발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공관위 제안 나흘 만에 지도부가 뒤집어

시민배심원제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이수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이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 한해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 배심원단이 후보의 정견 발표와 토론을 직접 지켜본 뒤 투표로 평가하는 제도로, 40년 만의 광주·전남 통합 이후 처음 치르는 선거인 만큼 단순 인지도 경쟁을 넘어 후보의 통합 비전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배심원 100% ▲배심원 50%+권리당원 50% ▲배심원 40%+권리당원 30%+여론조사 30% 등 4~5개 비율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4일 뒤인 6일, 전남 영광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향이 바뀌었다. 당 지도부는 의결권 있는 시민배심원제 대신 투표권이 없는 ‘정책배심원제’를 채택하고, 본경선을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로 결정했다. 정책배심원은 권역별 토론회에서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되 투표권은 갖지 않는 역할로 축소됐다.

공관위가 ‘혁신 공천 방안’으로 제시한 안을 지도부가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11일 KBC 방송 인터뷰에 출연한 이개호 의원은 “공관위원장이 임의로 발표했겠느냐,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며칠 새 왜 틀었는지 결정한 분들이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공관위가 제안했다가 최고위에서 철회되면서 오락가락 경선 룰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확정 룰: 당원 50%+여론조사 50%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9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활동 보고를 의결해 경선 세부 일정과 방식을 최종 확정했다.

예비경선은 오는 19~20일 이틀간 권리당원 100%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며, 후보 중 상위 5명을 선발한다. 본경선은 4월 3~5일 사흘간 권리당원 50%와 일반 시민 대상 안심번호 선거인단 ARS 투표 50%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4월 12~14일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안심번호 선거인단 투표는 이틀간 총 5회 발신되는 아웃바운드 ARS 방식으로 실시된다. 전남광주 통합지역은 광역 규모를 고려해 유권자 500만 명 이상인 서울·경기 등과 동일한 9만 명 규모의 안심번호를 확보하고, 3천 명을 표본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정책배심원은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광주·전남 서부·전남 동부 3개 권역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참여한다. 학계·시민사회·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형태로, 패널 토론과 즉문즉답 형식으로 후보의 정책과 역량을 평가하되 투표권은 없다.

예비경선에 앞서 14일 중앙당사에서 온라인 생중계 방식의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17~18일에는 후보를 4명씩 2개 조로 나눠 광주MBC에서 합동토론회가 진행된다.


후보 간 반응, “합리적 선택” vs “폭거”

경선 룰 확정을 둘러싸고 후보 간 반응이 뚜렷하게 갈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민형배 의원은 “투표권 없는 배심원제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원·국민주권, 1인 1표제 정신에 부합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당에서 방침을 정한 만큼 그대로 따를 것”이라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등가성’ 같은 기술적 잣대를 대어 배심원제를 무산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역민의 ‘검증할 권리’가 사라진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신정훈 의원은 “시민 참여 공천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경선 시스템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개호 의원은 “지역 여건과 시·도민의 뜻을 무시한 폭거”라고 비판했고, 정준호 의원도 “후보자의 비전과 역량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반발한 4인의 후보(강기정·신정훈·이개호·정준호)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이수 공관위원장을 면담하고 시민배심원제 재검토를 공식 건의했다. 이들은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재검토 및 관철 ▲유권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충분한 경선 일정 확보 ▲통합 선거구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경선 방식 도입을 요구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론조사 선두권 후보일수록 현행 룰을 수용하고, 추격 주자일수록 배심원제 도입을 요구하는 구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선권에 가까운 후보일수록 판이 흔들리는 걸 싫어하고, 반대의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배심원제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개호 불참…7파전 구도와 향후 변수

시민배심원제 배제에 대한 반발은 후보 이탈로까지 이어졌다. 이개호 의원은 11일 성명을 통해 “경선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현행 경선 방법의 정당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4선 중진으로 전남도 행정부지사, 민주당 최고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이 의원은 이번 선거를 “마지막 도전”으로 준비해 왔으며, 시민배심원제 무산을 불참의 핵심 사유로 들었다.

이로써 민주당 예비경선은 8파전에서 7파전으로 전환됐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민형배 국회의원, 신정훈 국회의원, 이병훈 민주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 정준호 국회의원, 주철현 국회의원이 경선에 나선다.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지형에서 경선 과정이 곧 초대 통합시장 선출의 핵심 무대다. 14일 합동연설회와 17~18일 합동토론회를 거쳐 19~20일 예비경선이 치러진다. 경선 룰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후보 간 정책 경쟁과 합종연횡 구도가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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