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마의 변] 군민이 나침반이었습니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3월 27일(금)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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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에 전기 사업을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을 가로등이 어둡다는 말을 들으면 사비를 털어 설치해 주고, 테니스장 야간 조명이 없다고 하면 자재를 싣고 달려갔습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내 이웃이 불편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것뿐이었습니다. 주위 선배들이 “한번 해보라”고 등을 떠밀었고, 그렇게 1995년 제2대 영암군의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던 시절, 전라남도에서 유일하게 여당 소속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만들었습니다. 당이 아니라 사람을 봐주신 군민 덕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저 박영배는 한 번도 낙선하지 않았습니다. 8선, 의장 4회, 부의장 2회. 기록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오래 군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제6대 의회 전반기 의장직을 수행하던 중 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돌아왔을 때,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 그 각오가 그때 세워졌습니다. 이후로는 군민 한 분의 전화에도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고,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켰습니다. 당장 어려운 일은 왜 어려운지, 언제 가능한지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사람들이 ‘민원해결사’라 불러주신 것은 아마 그런 태도 때문이었을 겁니다.
한때 넉넉했던 살림을 돌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역을 위해 뛰는 동안 재산은 크게 줄었습니다. 돈을 불리는 정치를 했다면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제8대 의회에서 저는 고군분투했습니다. 김기천 의원이 유일한 동지였습니다. 둘이서 교동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지지부진함을 추궁했고, 마을하수처리시설이 기능을 잃은 채 방치된 현실을 짚었으며, 마한문화축제의 예산이 외빈 접대비에 과다 지출되는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준공 후 15년이 넘도록 안전점검 한 번 받지 못한 소규모 공동주택 수십 곳의 실태를 드러내어 마침내 예산 지원의 물꼬를 튼 것도 그때입니다.
제9대 의회에서는 더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민주당 일색의 의회에서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잘못된 군정에 질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적이 같다고 눈을 감는 것은 의원의 도리가 아닙니다. 의회가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동안,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고 집행부를 견제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는지 군민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이번에 다시 섭니다. 솔직히 고민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분들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영암이 처한 현실이 저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합니다. 삼호읍을 제외한 읍면 상권은 쇠퇴할 대로 쇠퇴했고, 주말이면 영암읍 시내조차 불이 꺼집니다. 영암 동부권의 덕진, 금정, 신북, 시종, 도포는 오랫동안 투자와 관심에서 소외되었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마을 안길은 한낮에도 적막합니다. 교동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귀농·귀촌의 꿈을 안고 들어온 청년 농부들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저는 장밋빛 약속을 하지 않겠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압니다. 그러나 30년간 예산 심의석에 앉아 돈이 어디서 새는지 지켜본 사람으로서,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사업의 허실을 따져온 사람으로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영암 동부권에 사람이 돌아오게 하는 일, 무너진 상권에 다시 불을 켜는 일, 빈집과 노후 주택을 정비하고 청년이 뿌리내릴 터전을 마련하는 일, 이 일들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나섭니다. 민정당에서 시작해, 무소속과 민주당을 거쳐 다시 무소속으로. 당은 바뀌어도 원칙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특정 정당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군민의 뜻만을 나침반으로 삼겠다는 것,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저의 다짐입니다.
존경하는 영암군민 여러분, 저는 영암에서 태어나 한 번도 이 땅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에게 단 한 번도 인격적 비난을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은 만족합니다. 하지만 아직 못다 한 숙제가 있습니다. 영암 동부권의 활성화와 살기 좋은 정주여건 조성, 이것은 제 평생의 숙제입니다.
9선이라는 기록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의회에 꼭 필요한 한 사람, 집행부에 할 말을 하는 한 사람, 군민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전하는 한 사람. 저 박영배를 다시 한번 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약력]
영암읍 출생, 영암 거주
제2대~제9대 영암군의회 의원(8선)
영암군의회 의장 4회, 부의장 2회 역임
전남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지방의정봉사상’ 수상
2024년 영암읍민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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